코레일 직원 570여명 110억대 징계무효소송
2009년 파업 정직·감봉 징계자 ··· 공기업 사상 최대규모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사상 최대 규모의 철도 노조원 집단소송에 휩싸이고 있다.
지난 2009년 철도파업 당시 총 1만 1592건에 달하는 대규모 노조원 징계에 대해 당시 징계를 받았던 노조원들이 법원에 부당성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대전지법에 따르면 지난 2009년과 2010년 철도파업 당시 정직, 감봉, 전보 등 징계를 받은 코레일 직원 570여명이 코레일을 상대로 ‘징계무효확인 및 임금지급 청구소송’에 착수했다.
코레일 조합원이 대전지법에 정직 또는 감봉 무효확인 소송과 함께 청구한 소송 가액만 110억 여원대에 달한다.
공사 직원 소송으론 소송 인원과 청구금액 모두 역대 최대 규모다.
◆정직·감봉 징계자 500여명 대전지법에 무효소송 제기
대전지법에 소송을 제기한 코레일 직원은 지난 2009년과 2010년 당시 철도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정직 처분을 받은 544명과 감봉 및 전직처분 30여명 등 전국 570여명에 달한다.
현재 이 사건은 지난 6월 24일 대전지법에 접수돼 민사11부에 배당됐으며, 지난 9월 19일과 지난 14일 두 차례 변론이 진행됐다. 1심 선고는 빠르면 내년 3월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당시 해고된 노조원 100여명도 서울 행정법원에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내년 1월경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지법에 계류된 정직, 감봉 무효확인소송과 서울행정법원의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포함할 땐 노조원들의 코레일 상대 소송 건수가 700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또 당시 코레일이 파업을 주도한 노조위원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형사소송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돼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사상 유례없는 1만여명 징계…집단소송으로 부메랑
대전지법과 서울행정법원에 제기된 코레일 직원들의 법적 소송은 지난 2009년 11월 철도파업이 발단이다.
당시 철도노조 조합원 2만여명은 코레일과 임금·단체협상이 결렬되자 8일간의 총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에 직접적 계기는 노사 단체교섭 중 사측이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해지 통보한 게 원인이 됐다.
당시 사측은 이명박 정부 들어 단행된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에 따라 단체협약 개정에 나섰고,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자 사측과 정부는 이를 불법파업으로 규정하고 징계절차에 착수했다. 당시 사측은 노조에 대해 100억원 대의 손배소송과 해고 100여명, 정직 500여명 등 파업 참여자 1만 여명에 대해 전원 징계를 내렸다. 노조 지도부 이외에 일반 평노조원들까지 징계를 내린 것은 극히 이례적으로, 노동계 사상 전무후무하다. 코레일이 1만여명 징계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당시 공공기관의 파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과 국민 정서도 뒷받침됐다.
◆법리쟁점은?
2009년 당시 철도파업 목적의 정당성 여부가 재판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측의 일방적인 단협해지와 이에 따른 노조의 파업 돌입이 노동법 등 법적 테두리내에서 정당하다고 인정될 수 있는 범위냐란 것이다.
이와 함께 징계 대상에 일반 노조원까지 포함시키는것이 타당한가 여부도 다툼이 예상된다.
노조 측 소송 대리인인 최성호 변호사(법률사무소 노동과 삶)는 21일 금강일보와 전화통화에서 “사측이 인원수 여부를 떠나 지도부 이외에 하급간부, 평조합원까지 일괄적으로 책임을 묻는 것은 전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징계”라며 “단순히 노무제공 거부의 파업임에도 징계를 전원에 내린 것은 충분히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당시 지방노동위원회가 철도파업을 합법으로 결정했음에도 사측이 불법파업으로 규정하고 보복성 징계까지 나선 것은 정당성을 결여했다는 게 최 변호사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코레일 측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앞서 대전지법은 지난 1월 유사 사건에 대해 2009년 철도파업은 불법이 아니므로 무죄라고 판결을 내렸고, 지난 7월에는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가 파업에 참가했다가 직위해제된 노조원 52명에 대해 코레일의 직위해제는 위법하다며 원고승소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지역 법원에선 철도파업의 위법성을 인정하는 등 법원간에도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 그러나 같은 사안을 놓고 대다수의 타 지역법원은 파업에 문제가 있다고 규정했는데 대전 법원만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충분히 논란의 여지가 있는 사안으로 본다”며 “현재 소송 진행과정에서 법과 원칙이 바로 설 수 있도록 논리를 보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이석·이기준 기자 abc@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