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의혹' 얼룩진 입주자대표회의
대전지역, 업체선정 관련 이권개입·업체와 담합 의혹 끊이지 않아
#. 대전 서구 모 아파트에 거주하는 직장인 A 씨는 요즘 엘리베이트내 게시판을 가득 채운 공사업체 선정 공고를 볼때마다 고개를 갸웃거린다.
지난해말부터 하루가 멀다하고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명의로 아파트 보일러교체 공사 업체 선정, 분리수거 업체 선정 등 관리업무와 관련된 업체 선정 공고가 게시판을 도배하고 있는 것. 이 아파트는 지난해 입주자대표회의 임원진이 모두 바뀌었다. 주민대표기구인만큼 투명하게 할 것으로 믿고는 있지만 임원진이 교체된지 한달도 안돼 업체 재선정 작업부터 일사천리로 진행되자 혹시 이권이 개입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A 씨는 “같은 주민들인데 업체 선정에 문제는 없냐고 물어보기도 민망한 것 아니냐”며 “하지만 관리비로 매달 20만-30만 원이란 돈을 내고 있는 입장에서 우리집 관리비가 제대로 책정된 것인지 꺼림칙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주민자치기구인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의 투명성 문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관리업체선정과 이권개입, 관리비 책정 등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던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가 파열음을 낳으며 주민분쟁으로 비화되고 있는 것이다.
대전 대덕구에 위치한 모 아파트 단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입주자대표회의를 놓고 입주민들간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입주자대표회의 임원진이 새로 바뀐 뒤 아파트 외벽 도장을 새롭게 하는 공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일부 입주민들이 입주자대표회의 주도하에 이뤄진 외벽공사에 대해 업체와의 이권결탁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이웃집간 사활건 싸움으로 격화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입주자대표회의 임원들이 공사업체 선정에 앞서 특정업체 사장과 술자리를 같이 했다라는 등의 의혹을 제기했고, 이는 시간이 흐르면서 뒷돈 거래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리베이트 의혹으로 확산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경찰에 고소고발 하자는 의견도 나와 아파트 공사업체 선정 문제가 사법수사로까지 확대될 태세다.
아파트 관리 공사 수주를 둘러싼 ‘업체들간 담합 의혹’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업체들끼리 일정지역의 기득권을 서로 인정해주거나, 공사 입찰전에 업체간 사전 정지 작업을 통해 일정한 수익이 보장되는 공사가격을 낙찰받는 것이다.
업체간 담합은 자신들의 출혈경쟁을 피하는 대신 고스란히 입주민들의 관리비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관련 당국의 엄격한 제재 대상이 되고 있다.
아파트 이권을 둘러싼 주민갈등은 매번 되풀이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대책은 경고성 형식적 수준에만 머무는 점도 문제다.
입주자대표회의내 일부 인사들이 입주민들의 무관심을 악용해 전횡을 휘둘러도 이를 규명하는 것은 주민들의 몫으로 떠넘겨지고, 결국 동네 큰싸움으로 번지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대전시와 구청 등 관할행정기관 관계자는 “아파트 관리규약을 위반한 경우 행정당국이 과태료부과나 행정처분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며 “하지만 대표회의에서 발생한 리베이트 등은 행정처리만 할 뿐 민형사상 부분은 지자체가 개입하거나 해결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서이석·문승현 기자 abc@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