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거북이 혹은…'] 유쾌하고 고급스러운 반전 블랙코미디
내달 1일부터 12일까지 중구 대흥동 소극장 ‘고도’
#. 정신요양소에 한 의대생이 교육실습을 받으러 찾아온다. 정신과 의사가 꿈인 그는 이곳에서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정신과 박사이자 교수를 만나게 된다. 박사는 그를 환자로 착각하고 진찰한다. 박사는 그에게 정신요양소 안에 자신을 ‘거북이’라고 생각하는 환자가 있다고 알려준 뒤 볼 일이 있다며 방을 빠져나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교수를 사랑하는 동성애자 간호사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간호사는 그를 거북이 환자로 오해하고 그 후 진짜 거북이 환자가 등장하는데….
예술단체를 후원하는 기업 ㈜굿컴퍼니와 한국메세나협회의 지원을 받아 마련된 국제연극연구소H.U.E(휴) 9회 정기공연 연극 ‘거북이, 혹은...’이 내달 1일부터 12일까지 중구 대흥동 소극장 ‘고도’ 무대에 오른다.
국제연극연구소 H.U.E(휴)는 한 정신요양소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인 ‘거북이, 혹은…'에 대해 유쾌하고, 고급스러운 반전 블랙코미디라고 정의한다. 연극 ‘거북이, 혹은…’은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정신과 박사, 그를 짝사랑하는 간호사, 자신을 거북이라고 믿는 환자, 그리고 교육 실습을 받으러 온 젊은 의대생 총 4명의 배우가 4가지 색을 보여준다. 연극이 진행되면서 도대체 누가 환자고 누가 정상인지, 누가 관객이며 누가 연기자인지 무대와 객석의 경계선은 순식간에 무너지고 상황은 차차 곤란해진다.
“저 문은 코끼리가 밀어도 열리지 않는 문이야~! 맞아~!! 문은 열리지 않아...” 우린 단정하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 부정하지도, 인정하지도 않은 채 그렇게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이 아닌가?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되는 시간을 갖게 해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독특한 언어 구사와 과학 및 철학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뽐내는 헝가리의 풍자예술의 대가인 커린티 프리제시의 작품을 연극화 한 작품이다. 당초 15분짜리 연극으로 각색된 작품은 일본 삿포로좌 극단이 1시간으로 늘렸고, 국제연극연구소 휴가 1시간 15분으로 다시 늘려 대전 무대에 오르게 됐다.
연극 ‘거북이, 혹은...’은 시종일관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하지만 그 웃음은 결코 가볍지 않은, 웃음을 통해 환멸과 냉소를 표현하는 블랙 코미디로 일본 홋카이도와 도쿄, 헝가리 부다페스트, 퍼치, 데브레첸 등 3개 도시 무대에 오르내리며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국제연극연구소 휴 관계자는 “‘사람을 경계하는 일이 많아진 현실’에서 인간의 본질을 꽤 뚫어보게 할 것”이라며, “관객이 차츰 무대 위의 배우처럼 느껴지는 묘한 경험을 하게 된다. 나와 상대의 구분으로 섣불리 경계를 짓는 일은 줄어들 것을 조심스레 바래본다”고 말했다.
2015년 극단의 1회 정기공연 때 여자 버전으로 이미 선을 보였던 작품으로 1회 때의 초심과 설렘을 떠올리며 2019년 남자 버전으로 재구성해 무대에 올린다. 평일 오후 8시, 토, 일, 공휴일 오후 5시, 일반 3만 원, 학생 2만 원, 공연문의 010-4404-7030
강선영 기자 kkang@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