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시간 근무제 아직도 ‘옥신각신’
“한 곳에서 오래 근무하고 싶다” 줄어든 임금 투잡 유도하기도 금융권도 양극화, 부서마다 달라
주 52시간 근무제의 반응이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조기시행 등으로 자리 잡은 곳이 있는가 하면 일부에선 사각지대가 생기는 등 부작용의 우려가 있다. 기업이나 금융권에서도 직종별, 부서별로 근무시간 편차가 있어 근무의 유연성 강화나 채용을 늘리는 등 업무를 분산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지 1년이 지나고 있지만 일선에선 아직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야간근무나 휴일근무가 줄어들어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과 추가 인력에 대한 수요로 이어져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현장에선 임금체계나 기업문화 등 조직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등 단기적으로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서다.
근무시간 지정으로 인해 영향을 받는 것은 근로자와 기업 모두의 해당사항이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임금감소를 경험하고 있고 기업 입장에서도 근무시간 단축으로 인한 추가 인건비가 부담으로 다가온다. 대기업의 경우 자금유동성이나 직원 부족으로 인한 영향이 크지 않지만 중소기업이나 자영업, 특정 직종의 경우 이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근로자는 임금감소를 경험하고 있다. 시간이 줄어든 만큼 급여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공백은 피부로 크게 다가온다. 임금이 줄어들자 당장 급한 일부는 다른 일자리를 찾아 나서기도 한다.
대전 중구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 모(32) 씨는 “저녁 있는 삶이 아니라 저녁 일을 찾는 삶이 돼 버렸다. 근무시간단축으로 급여가 줄어들었는데 이를 메꾸려면 회사 내에선 불가능하다”며 “투잡, 쓰리잡을 권장하는 것도 아닌데 근무를 원하는 사람들까지도 동일하게 적용되는지 모르겠다. 한 곳에서 오래 일하는 게 사주나 근로자나 효율적이지 않나”고 푸념했다.
금융권도 주 52시간 근무제에서 예외는 아니다. 다행히 대부분의 은행들은 조기시행 등으로 52시간 근무제에 대한 준비를 마친 상황으로 PC오프제나 유연근무제 등을 시행 중이다. 줄어든 근무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회의를 간소화하기도 하고 부족한 인력을 챗봇 등 인공지능으로 대체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금융권일지라도 시행시점이 뒤로 밀린 곳도 있고 같은 직장일지라도 맡은 업무에 따라 근무 여건이 달라 52시간 근무제의 영향을 못 받는 곳도 있다. 금융망을 담당하는 전산부서나 국내·외 시차를 극복해야 하는 외환·투자부서 등은 24시간 가동이 필수인데 이들은 주 52시간 이상을 일해야 하는 때가 부지기수다.
대전지역 A 은행직원 박 모 씨는 “해외투자 업무의 경우 해외 기준에서 일해야 해서 낮밤이 수시로 바뀐다. 맡은 업무이기에 일은 하고 있지만 최근 52시간 근무나 워라밸 이야기가 나올 때면 다른 사람과 비교된다”며 “52시간 근무제를 동일하게 적용받을 수 있도록 근무 유연성을 조정해주거나 채용이 늘어 업무 부담이 줄었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송승기 기자 ssk@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