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샌드박스 혁신성 제고 좋지만 아이디어 탈취 우려에 ‘속앓이’만
유사상품 내놔도 제재 힘들어...샌드박스 전후 보호제도 필요
샌드박스 시행으로 금융권의 새로운 시도는 현재 진행형이지만 아이디어 탈취 우려로 관련 기업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샌드박스 시행기간 동안은 해당 서비스나 상품 아이디어에 대한 독점력이 인정되지 않아 대기업 등이 비슷한 상품을 내놔도 제재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금융샌드박스는 금융권 사이에서도 자주 오르내리는 이슈다. 규제 완화를 통해 신기술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기회임과 동시에 아이디어 노출이라는 양면성을 갖고 있어서다.
기존 규제에서 벗어나 샌드박스로 실증 특례 또는 임시허가 등으로 2년의 유효기간 동안 신기술과 서비스를 시험할 수 있어 시장의 빠른 반응으로 시기에 맞는 피드백을 받을 수도 있고 상품성 개발에 있어 우위를 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이하 금융혁신법)에 따라 규제 특례 기간 중 경쟁에서 살아남아 정식으로 인허가를 받은 사업자에게 한해서만 2년간 ‘배타적 운영권’을 가질 수 있다. 샌드박스 신청으로 아이디어가 노출되더라도 이를 막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
업계에선 샌드박스의 혁신성 제고는 크게 환영하고 있지만 높은 리스크에 선뜻 신청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특히 규제 특례를 주로 신청하는 중소 핀테크 업체의 걱정은 클 수밖에 없다. 큰 자본력과 유통망을 가진 대기업에서 공들인 제품과 비슷한 것을 내놓게 되면 그동안의 고생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어서다.
대전 대덕구에서 핀테크 업체를 운영 중인 최 모 씨는 “샌드박스에서 얻을 수 있는 것도 상당하지만 애써 만든 상품이나 서비스의 아이디어를 대기업에서 카피해버리면 손 쓸 방법이 적다는 점이 걸림돌이다”며 “중소기업에겐 하나의 아이디어를 개발하는데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이 한 해의 매출과 버금가는데 이만한 리스크를 감내하기엔 부담이 크다. 신청 전과 후에도 보호할 만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답답해했다.
블록체인 등 신기술을 접목한 분야는 더욱 그렇다. 그간 암호화폐로 인한 오해 등으로 눈칫밥을 먹은 블록체인 분야는 샌드박스 제도로 새로운 기회를 얻었지만 관련 법안이나 제도 등이 아직 세세하게 규정되지 않아 리스크도 더 크다. 또 다른 핀테크 관계자 A 씨는 “혁신금융 샌드박스에 블록체인이 포함되면서 활용가능성은 더 넓어졌지만 그와 동시에 업계 내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지적재산권 보호의 필요성 또한 높아졌다”며 “신기술, 신분야일수록 법적 해석 역시 폭넓게 적용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신청하는데 조심스럽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안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샌드박스 제도 자체가 기존 규제를 완화해 시장의 혁신성을 추구하고 시장 경쟁성을 강화하자는 데 있는 만큼 특정 업체에 독점권을 주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입장과 그 과정에서 겪는 기업들의 입장을 고려했을 때 독점성을 인정해야만 앞으로도 샌드박스를 이용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
송승기 기자 ssk@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