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달의 풍수이야기] 풍수지리와 도참사상⑤

2019-08-29     금강일보

도참사상은 앞날의 길흉에 대한 예언이 이뤄진다고 여기는 도교사상으로 우리나라와 중국 등 동아시아 일부에서만 보이는 현상이다. 우리나라에서 도참사상은 풍수지리와 함께 삼국시대의 기록에서 나타나기 시작한다. 도참사상은 그 배경에 신비적 분위기를 깔고 있는 하나의 예조신앙(豫兆信仰)의 주술성(呪術性)과 정치사회적 지향 사이에 미묘한 갈등과 변화의 기류를 통해 민심 속에 깊이 인식됐다. 이에 풍수지리와 융합되어 당시의 역사적 과정과 결합한 보편적 정서인 시대정신(時代精神)을 잘 반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삼국시대부터 현재까지 풍수도참사상의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첫째, 통일 신라의 시대가 저물고 개성을 중심으로 새로운 왕조가 생긴다는 ‘고경참(古鏡讖)’ 에 의해 고려의 건국을 예언했다. 둘째로는 고려 건국 후 태조에 의한 ‘훈요10조(訓要十條)’ 중 도선(道詵)이 예지한 산수순역설(山水順逆說)에 의해 개성과 평양의 지세, 나아가 한양의 지세는 산세가 위에서 아래로 바로 내려와 왕조의 도읍이 될 만한 터이나 “차령산맥 이남과 금강 바깥쪽(현재의 충청·호남 지방)의 지세와 산형이 모두 아래에서 위로 올라오게 됨으로 거꾸로 뻗었으니 반역의 형상임으로 인재를 등용치 말라”고 했다. 셋째로 고려의 시대가 저물어 감을 예지한 송도(松都·지금의 개성)의 기쇠설(氣衰說)에 이어서 이(李) 씨가 왕위에 오른다는 십팔자위왕설(十八子爲王設)과 한양천도설(漢陽遷都設)에 의해 이성계의 조선 건국과 한양 도읍이 현실화됐다. 넷째, 조선 중기에 이르러 민중들에 의한 계룡산천도설(鷄龍山遷都說)이다. 풍수설에 의하면 개성의 송악산과 한양의 삼각산(북한산)은 왕조의 도읍터이고 공주의 계룡은 왕조를 배반하는 터로서 백성이 주인인 시대의 도읍이 돼 800년 간 지속될 것으로 지목했다. 이 씨 조선의 도읍인 한양의 시대가 가고 난 뒤 백성(국민)이 주인인 계룡산 시대가 올 것을 예지했다. 따라서 왕조의 시대가 가고 백성이 주인인 민주주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풍수도참사상의 진위 여부를 학문적, 과학적 방법으로 검증하거나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도 당시의 백성들이 갈망하였던 시대정신이 무엇인지가 더욱 중요하다. 고려와 조선이 왕을 중심으로 한 왕조 시대라면, 오늘날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리가 원하는 시대정신이 무엇이며, 특히 대전, 세종, 충청인이 가져야할 시대정신이 무엇인지를 알아보고 시대정신의 이정표를 확실히 세워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