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칼럼] 시간이 가진 힘, 동구5경 대동하늘공원

황인호 대전 동구청장

2019-10-21     금강일보 기자
대전 하늘공원 풍경

 

대전 하늘공원 풍경

 

 

가끔 골목에 앉아 사람들을 구경하고 싶다. 골목의 집 안에서는 불이 켜지고 텔레비전 소리가 새어나온다. 생선을 굽고, 된장찌개를 끓이는 냄새가 풍겨나온다. 뒤축이 구겨진 아버지의 구두가 아무렇게나 현관에 벗어져 있다. 꽤 한참을 서 있었다. 대동의 골목은 그렇게 우리의 발목을 잡아끈다.

대동 산1번지. 해발고도 120m 높이의 언덕에는 6·25 전쟁 이후 사람들이 하나둘 들어와 살면서 달동네를 이뤘다. 피난민들이 모여 만들어진 동네 곳곳에는 기쁨과 슬픔, 연대와 고독이 녹아 있었다. 마을과 골목은 치열한 현장이었다. 생존을 위해 언덕 위에 집을 짓고 마을을 형성했다. 지은 지 40, 50년 된 오래된 집들은 색색의 포스트잇처럼 산등성이에 달라붙었다.

대동은 시간이 가진 힘이 존재한다. 그리하여 대동은 창조가 끊이질 않는 동네다. 2007년 문화관광부 산하 공공미술추진위에서 실시한 소외지역개선을 위한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지역미술인 30여 명과 동네 아이와 어른들이 함께 벽화를 그리고 조형물을 설치하는 미술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이후 동네 주민들이 ‘문화1번지추진위원회’를 결성하였고, 대전시에서 공모한 2008 무지개프로젝트 3차 공모에 당선되어 2009년부터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문화1번지 사업을 진행했다. 2009년 12월에 대동마을쉼터사업으로 달동네 언덕마을에 대동하늘공원이 조성되었다. 정상에는 빨간 풍차가 설치되어 대전을 한 눈에 담을 수 있고 노을, 야경까지 감상할 수 있는 곳이 되었다.

해발고도 127m의 하늘공원. 이 공원에서 500m 가량 남서쪽 능선 길을 따라 걸으면 그 끝에 바위봉우리를 만난다. 일명 연애바위. 선남선녀가 은밀히 만나 사랑을 속삭이기에 더없이 좋았을 곳이다. 대동의 연애바위는 영험한 기운이 있다고 해서 남녀의 사랑이 소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고도 한다.

황인호 대전 동구청장

대동하늘공원은 이제 문을 열기 시작한 보물창고와도 같다. 지난 4월 한국관광공사가 대동하늘공원을‘강소형 잠재관광지’로 선정한 데 이어 지난 6월에는‘집중 홍보 대상 관광지’로 선정했다. 전국의 강소형 잠재관광지 18곳 중 5곳에 포함된 것. 전국단위 관광자원으로 가치와 잠재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지상파 및 종편방송에 여러 번 대동하늘공원이 방영되어 전국적인 인지도를 확보, 타 지자체에서도 벤치마킹을 오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주민 주도로 대동 벽화거리와 하늘공원 일원에서‘제2회 대동골목축제’를 열어 큰 성황을 거두었다.

이제 대동의 골목은 우리의 발목을 잡아끈다. 옛 시절을 간직하며, 지금의 시대를 품은 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다. 젊고 감각적인 카페도 하나둘 가세하며 대동은 갈수록 맛있어지고 있다. 소중한 사람과 나란히 걸으며 이야기 나누고 싶어지는 벽화 골목과 붉은 빛으로 곱게 물드는 석양의 낭만은 대동하늘공원의 최대 매력이다.

시간이 켜켜이 쌓인 건물의 풍경. 경사진 언덕에 그려진 벽화. 길가에 핀 꽃. 대동의 파란 하늘. 정작 우리를 위로하는 것은 아주 작은 데서 온다. 골목이 주는 위로, 대동하늘공원을 방문할 이유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