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의 노변한담] 시로 맛보는 우리 가곡들

한국교육자선교회이사장

2019-10-28     금강일보 기자
김형태 박사(한국교육자선교회이사장)
가수나 성악가들이 열창할 때 우리는 가사보다 그 곡조에 익숙해진다. 곡을 따라 부르는데 가사가 외워지지 않아 흥얼거리는 때도 있다. 이제 곡 없이 노랫말만 음미해보면 미처 알지 못했던 시(詩)로서의 내용에 새로운 느낌과 깨달음을 갖게 된다. 옥수수 껍질 벗기고 알맹이를 맛보듯, 대중적인 인기곡들의 노랫말을 읽어보자.
 
①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희고 순결한 그대 모습 봄에 온 가인과 같고 추운 겨울 헤치고 온 봄 길잡이 목련화는 새 시대의 선구자요, 배달의 얼이로다.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처럼 순결하게 그대처럼 강인하게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나 아름답게 살아가리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나 아름답게 살아가리다/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내일을 바라보면서 하늘 보고 웃음 짓고, 함께 피고 함께 지니 인생의 귀감이로다. 그대 맑고 향긋한 향기 온 누리 적시니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처럼 우아하게 그대처럼 향기롭게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나 아름답게 살아가리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나 값있게 살아가리라”(목련화: 조영식 작사/김동진 작곡)

② “낳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를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하늘 아래 그 무엇이 넓다 하리오 어머님의 희생은 가이 없어라/어려선 안고 업고 얼러 주시고, 자라선 문 기대어 기다리는 맘 앓을 사 그릇될 사 자식 생각에 고우시던 이마 위에 주름이 가득, 땅 위에 그 무엇이 높다 하리오. 어머님의 정성은 그지없어라”(어머니의 마음: 양주동 작사/이흥렬 작곡)

③ “울 밑에선 봉숭아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 길고 긴 날 여름철에 아름답게 꽃필 적에 어여쁘신 아가씨들 너를 반겨 놀았도다/어언간에 여름 가고 가을바람 솔솔 불어 아름다운 꽃송이를 모질게도 침노하니 낙화로다 늙어졌다. 네 모양이 처량하다”(봉숭아: 김형준 작사/홍난파 작곡)

④ “성불사 깊은 밤에 그윽한 풍경소리 주승은 잠이 들고 객이 홀로 듣는구나 저 손아마저 잠들어 혼자 울게 하여라/땡그렁 울릴 제면 또 울릴까 맘 조리고 끊일 젠 또 들리나 소리 나기 기다려서 새도록 풍경소리 데리고 잠 못 이뤄 하노라”(성불사의 밤: 이은상 작사/홍난파 작곡)

⑤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 있어 나를 멈춘다. 옛 생각이 외로워 휘파람 불면 고운 노래 귓가에 들려 온다 돌아 보면 아무도 뵈지 않고 저녁 놀 뵌 아늘만 눈에 차누나”(보리밭: 박화목 작사/윤용하 작곡)

⑥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오 그 잔잔한 고향바다 지금도 그 물새들 날으리 가고파라 가고파 어릴 제 같이 놀던 그 동무들 그리워라 어디 간들 잊으리오. 그 뛰놀던 고향 동무 오늘은 다 무얼 하는고 보고파라 보고파/그 물새 그 동무들 고향에 다 있는데 나는 왜 어이타가 떠나 살게 되었는고? 온갖 것 다 뿌리치고 돌아갈까 돌아가. 가서 한데 얼려 옛날같이 살고 지고 내 마음 색동옷 입혀 웃고 웃고 지내고저 그날 그 눈물 없던 때를 찾아가자 찾아가”(가고파: 이은상 작사/김동진 작곡)

⑦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는 노 저어요. 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 옥같이 그대의 뱃전에 부서지리다/내 마음은 촛불이요 그대 저 문을 닫아주오. 나는 그대의 비단 옷자락에 떨며 고요히 최후의 한 방울도 남김없이 타오리다/내 마음은 나그네요, 그대 피리를 불어주오 나는 달 아래 귀를 기울이며 호젓이 나의 밤을 새오리다/내 마음은 낙엽이오 잠깐 그대의 뜰에 머무르게 하오 이제 바람이 불면 나는 또 나그네같이 외로이 그대를 떠나가리다”(내 마음: 김동명 작사/김동진 작곡)

우리나라 가곡의 전성기를 가꾸던 시인들의 가사 하나하나가 우리 민족의 언어가 되었고 암송하는 노래가 되었다. 그 노래 속에 우리 민족의 애환과 소망과 아픔까지 녹아 있다. 그래서 노래로 국민이 하나 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