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유행 ‘오늘도 유머로 행복하기’] 들어줘야 유머가 된다. 꼰대는 못 웃는다

이동규 대전시민대학 유머달인 강사

2020-02-09     금강일보

유머는 상대와 소통되고 공감될 때 완성된다. 공감은 상대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공감할 수 있는 말(말짓)과 행동(몸짓)을 해야 한다. 상대의 기를 살리는 말, 듣고 싶어 하는 말과 함께 그에 걸맞은 몸짓이 뒤따라야 한다. 공감을 얻고 못 얻고는 내 탓이지 네 탓이 아니다. 경청은 공감의 분위기를 만드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다. 대화의 80%는 경청이라 하지 않는가! 그런데 꼰대는 남의 말을 듣지 않는다.

영국의 BBC는 “한국의 꼰대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 꼰대(Kkondae)란 자신은 항상 옳고 남은 틀리다고 주장하는 나이 든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꼰대는 “그건 내가 다 아는 것이다. 내가 다 해봤다. 내 말대로 하면 된다”라며 ‘네 의견은 들을 필요 없다’는 태도를 취한다. 소위 ‘답정’(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이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의견만 똥고집으로 우기고 나중에는 나이로 밀어붙인다.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먹이가 부족해 기르던 원숭이들에게 아침에 세 개를 주고 저녁에 네 개 준다고 하자 모두 반대를 한다. 그런데 아침에 네 개를 주고 저녁에 세 개를 주겠다고 하자 다들 좋다고 한다. 이 이야기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결과가 마찬가지인 간사한 꾀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중요한 건 결과는 같지만 결정 과정에서 주인이 원숭이의 의견을 들어봤다는 점이다. 오늘날 경영자가 반드시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이라 할 수 있다.

▶황희 정승은 조선 초 태종으로부터 세종, 문종 등 3대에 걸쳐 영의정을 지낸 최장수 재상으로 알려져 있다. 황희 정승이 이처럼 오랫동안 벼슬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법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내 편 네 편을 구분하지 않고 항상 귀를 열어 경청하는 자세를 가졌기 때문이다.

하루는 한 선비가 와서 “대감님, 인수봉이 무너진다고 합니다”고 하자 황희 정승은 “거 큰일이구나. 인수봉이 위태롭게 보이더니 드디어 무너지는구나”라고 말했다. 그런데 다음 날 다른 선비가 와서 “대감, 인수봉이 무너진다는 이야기는 헛소문이었답니다”고 했고, 황희 정승은 “그러면 그렇지 수천 년을 버텨온 인수봉이 설마 무너지기야 하겠는가”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황희 정승의 이런 줏대 없는 이야기가 알려지자 한 선비가 찾아와 “대감님, 누가 이러면 이렇다고 하고, 저러면 하면 저렇다 하시니 도대체 대감은 의견이 있습니까?”라고 했고, 황희 정승은 “그래 자네 말도 옳구나”라고 답했다고 한다. 주관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황희 정승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자기주장만 내세워 남의 의견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보며 수긍을 해주는 자세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