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에 진료실이 있으시니까’

2012-04-24     윤성국

사물에 대한 극존칭은 예전부터 많이 지적됐지만 잘 고쳐지지 않는다. 최근 부쩍 문제라 느끼던 차에 ‘꼭 지적이 필요하다’는 주변의 권유에 사물에 대한 극존칭을 살펴본다.

한 병원에서 간호원이 아주 친절히 건넨 말이다. ‘고객님 저기 왼쪽에 진료실이 있으시니까 앞에서 대기하시면 됩니다.’ ‘거기 눈 가리는 거 있으시죠, 드시고 한쪽 눈 가려주세요.’ ‘여기 처방전 있으시고요. 약국은 계단 내려가시면 1층에 있으십니다.’ 왕인 고객을 모시다 보니 고객에 대한 극존칭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더불어 사물에 극존칭을 붙여 사용하는 일이 많아 여간 귀에 거슬리는 게 아니다.

사물에까지 존칭을 남발하다 보니 화장실의 휴지에도 ‘있으시다’가 붙고, 쓰레기통에도 ‘있으시다’가 붙는다. 병원만이 아니다. 백화점, 대형 마트, 고급 레스토랑, 의류판매점 등 비교적 고객서비스가 잘 돼 있는 곳 대부분 종업원이 이렇게 말도 안 되는 말을 쓴다.

고객응대 교육을 많이 시키는 것보다는 제대로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존칭이란 것이 공경하는 뜻으로 높여 부르는 것인데, 사물을 공경해 불필요한 존칭을 사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불어 고객과 사물을 동격화 하는 것이므로 고객에 대한 존칭이 무의미해지고, 고객을 우롱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본사 총괄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