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엄중한데 의사들 파업이라니…”

전공의 2차 파업 강행 등 줄파업 예고…수술·외래진료 차질 선별진료소 운영까지 축소되자 환자·시민들 곱지 않은 시선

2020-08-23     김미진·김정섭 기자

[금강일보 김미진·김정섭 기자] 업무 중단 등 대한전공의협의회의 집단행동이 다시 시작되면서 지역 병원들이 의료공백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가운데 환자들의 불편 호소도 고조되고 있다. 운용 인력이 줄면서 수술 일정이 미뤄지고 외래예약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감염병 불안감 역시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번 ‘의료 파업’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은 갈수록 확산하는 양상이다. 

지난 21일 오전 7시를 기해 의대 정원 증원 등 정부가 추진하는 보건의료정책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이 파업에 돌입했다. 이는 지난 7일 대전협 집단휴진, 14일 대한의사협회 1차 총파업에 이어 세 번째다.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21일엔 인턴과 4년차 레지던트, 22일엔 3년차 레지던트, 23일엔 1년차와 2년차 레지던트 순으로 업무를 중단했으며 이는 복귀 시점을 정해두지 않은 무기한 파업이다. 레지던트를 마친 전임의(펠로우)들도 대한전임의협의회를 결성하고 파업에 동참하기로 결정했으며 26일엔 개원의 중심의 대한의사협회가 2차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지역 병원들은 의료공백, 더 나아가 의료대란 사태를 막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전성모병원 관계자는 “이번 파업으로 인해 수술 일정을 조절하고 외래환자 예약 등을 줄이고 있다. 선별진료소도 오전에만 운영하고 오후엔 검체 검사만 하기로 결정한 상황”이라며 “파업이 장기화될수록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전 한 종합병원 관계자 역시 “수술할 때 마취과 전공의들의 역할이 매우 큰데 모든 전공의들이 업무를 중단하면서 수술 자체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전을지대병원도 선별진료소 운영을 축소한 상황이다.

응급의학과는 연차에 관계없이 모두 업무를 중단하기로 하면서 응급실 운영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각 병원들은 비상근무체계에 돌입한 상황이다.

충남대병원 관계자는 “응급실 전공의는 모두 12명으로 우리 병원의 경우 한꺼번에 업무 중단에 들어가진 않고 하루 3명씩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교수 14명이 2~3교대로 돌아가면서 비상근무를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상황 속 환자와 시민들의 격앙된 목소리 역시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엄중하고 정부도 한 발 물러서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전공의·의사 단체가 파업을 강행하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거다.

대전 한 대학병원에서 만난 환자 A 씨는 “타 지역 병원에선 한 암환자가 파업 때문에 수술이 밀려 일정을 기다리다 결국 때를 놓쳐 식물인간이 됐다고 한다”며 “환자의 목숨을 담보로 계속해서 파업을 진행한다니 화병이 날 노릇”이라고 분개했다. 수술 일정이 미뤄지거나 수술방 운영이 일부 차질을 빚으면서 임산부 등 긴급상황 발생 가능성이 큰 환자들의 걱정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임신부 김 모(37·대전 서구) 씨는 “임신부의 경우 돌발상황이 많을 텐데 이렇게 파업을 한다면 환자 입장에선 무섭고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혹시 몰라 병원에 전화를 해보니 분만실은 항상 열려 있다고 해서 한편으론 다행이지만 상황이 어떻게 돌아갈지도 모르니 답답하기만 하다”고 불안해했다.

대전 서구 한 내과를 찾은 B 씨 역시 “대전에서도 코로나19 환자가 계속 나오고 있는 마당에 의사들 파업 때문에 선별진료소 운영을 축소한다니 말이 안 된다. 우선순위에 대한 판단이 안 서는 모양이다. 기가찬다”고 일침했다.

시민 박재용(39) 씨 역시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헌신해온 의료진들이 이 시국에 파업을 한다니 안타깝다. 국민들은 ‘덕분에…’ 챌린지에 동참하면서 의료진들을 응원해 왔는데 의료계 한 쪽에선 환자의 목숨을 담보로 한 파업이 진행 중이다. 의료공백이 없는 상태에서 정부와 협상을 해 문제를 해소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엔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파업을 강행하는 대한의사협회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요구한다’는 청원이 나오기도 했다.

청원자는 “정부가 제대로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 국민의 목숨을 본인의 이익보다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의사는 필요하지 않다. 이번 파업은 ‘의료계 파업’이 아니라 ‘의사 파업’이라고 명명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김미진·김정섭 기자 kmj0044@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