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재확산 일조' 낙인 찍힌 교회·노인
일부 상점 ‘기독교인 출입 자제’ 강수 노인들, 늙은 것도 서러운데…주홍글씨
[금강일보 김정섭 기자] 사랑제일교회 및 광화문 집회발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때 아닌 ‘주홍글씨’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시민들이 기독교인과 노인들에게 ‘코로나 재확산에 일조했다’는 낙인을 찍고 있어서다. 심지어 교회 인근 상점에는 교인들의 출입을 막는 안내문이 나부끼기도 한다.
31일 찾은 대전 중구 한 교회 인근에 위치한 음식점 입구 앞에는 ‘교회 관계자분들은 출입을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문이 걸려 있었다.
해당 음식점 주인 A 모 씨는 “요즘 교회 관련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데 방역 수칙을 제대로 따르지 않는 일부 교인 때문에 선입견이 생겼다. 그래서 기독교인들의 출입을 막고 있다”며 “대전에서도 사랑제일교회 및 광화문 집회 참여자 중 확진자가 나오고 있어 무섭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기독교인들 자체가 꺼려진다. 이런 편견이 생긴 건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한다”고 차갑게 말했다.
일부 젊은층 사이에서는 노인 기피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김 모(28) 씨는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 사이에 확진자가 많이 나오면서부터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노인분들이 계시면 솔직히 일부러 자리를 피하기도 한다”며 “내 옆에 있던 사람이 집회에 참석한 사람이 아니라고 확신할 수 없는 만큼 불안해서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찜찜해했다.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 특정집단에 대한 포비아 조짐이 일어나자 도매금으로 매도되는 대부분은 이만저만 불편한 게 아니다. 기독교인 B 모(43·여) 씨는 “사람들과 대화하다 종교이야기만 나오면 식은땀이 흐른다. 뉴스나 각종 SNS에서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굳어져 애먼 나에게 화살이 올까봐 공연히 자리를 피하게 된다”며 “철저하게 방역지침을 지키고 있지만 사람들로부터 듣는 ‘당신도 기독교인이냐’ 라는 질문이 낙인으로 느껴져 죄인이 된 기분"이라고 항변했다.
권영석(77·대전 동구) 할아버지는 “광화문 집회에 참석하지도 않았는데 고령층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젊은이들이 많아서 노인들이 힘들어한다. 어딜 가든 우리를 반겨주는 곳이 없다”면서 “최근 음식점에 가서 젊은 사람들 옆에 자리잡으니 눈치를 주더라. 자격지심인지는 몰라도 허겁지겁 식사를 마친 뒤 황급히 자리를 뜨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젊은이들이 대놓고 타박을 주지는 않지만 은연중에 노인들을 기피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고 서글퍼했다.
김정섭 기자 toyp1001@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