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블루, 취약계층엔 더 독약

독거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고립으로 소통 어려워 전문가, “코로나19 상황 속 취약계층 보호책 마련돼야”

2020-09-03     김정섭 기자

[금강일보 김정섭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우울증세를 호소하는 시민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이른바 ‘코로나 블루’를 겪고 있는 거다. 사회적 고립으로 소통이 어려운 독거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겐 코로나19 장기화가 더욱 힘겨울 수밖에 없다. 경로당이나 복지시설이 굳게 닫힌 상황에서 이들은 갈 곳도, 기대 곳도 없이 외로움과의 싸움까지 견뎌내야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재유행하며 집합 시설은 문을 잠근 지 이미 오래다. 가뜩이나 갈 곳이 마땅찮은 독거노인들이 하루 종일 집안만 서성여야 하는 이유다. 말 상대조차 없다 보니 자연스럽게 우울 증세가 깊어지고 있다.

김 모(77·대전 중구) 할머니는 “하루 종일 집에서 텔레비전만 보니 답답하고 우울해진다”며 “특히 불이 꺼진 상태로 텔레비전 소리만 방 안을 가득채운 채 소파에서 자고 있을 때가 제일 무섭다. 집에서만 지내다가 혹시라도 내 몸에 무슨일이라도 생기면 그대로 방치되지 않겠는가. 찾아오는 이가 없으니 말이다. 요즘따라 무섭고 우울하다”고 힘겨워했다.

실제로 불안과 우울로 병원을 찾는 노인들이 늘었다는 게 의료계의 설명이다. 대전 서구에서 정신건강의학과를 운영하는 주문현 원장은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불안감과 우울증 의심으로 내원하는 노인 수가 급격하게 늘었다”며 “야외 활동으로써 타인과 유대감을 느끼고 자신이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기분을 받았지만 분출구가 막히니 정서불안과 치매현상도 종종 목격된다”고 설명했다.

장애인 역시 사회적 고립 문제에 방치돼 있다. 이들을 돌보는 복지시설과 치료시설조차 묻이 닫힌 상황에서 특이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도움이 절실한 장애인들이 감염 위험으로 인해 제대로 서비스를 받지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후종인대골하증(하체마비)을 앓고 있는 김용섭(45) 씨는 “복지관 재활센터를 다녔는데 코로나19가 터지고 나서 긴 시간 동안 문이 닫혀 가지 못 하고 있다”며 “일반 병원으로 옮기기 위해 상담을 했는데 절차가 까다롭고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어 지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있다”고 갑갑해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보호책을 수립·실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전사회복지사협회 관계자는 “언택트 시대로 전환되면서 취약계층 중 대다수가 온라인 서비스 접근을 어려워 하고 있다”며 “취약계층이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복지시스템을 손 쉽게 접하기 위해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섞어 이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복지관 중심의 서비스에서 탈피, 개인별 상황에 맞춘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애인의 경우 거동이 제한적이라 집에 고립될 가능성이 높고 건강상 위험하기 때문에 건강돌봄서비스를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제안했다.

김정섭 기자 toyp1001@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