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위력 “벌초 풍경도 바꿨다”
감염 우려로 직접 대신 대행 인기 신청건수 지난해比 50%이상 증가
[금강일보 김정섭 기자] 코로나19가 추석 벌초 풍경마저 바꾸고 있다. 자손들이 모여 조상들의 묘를 보살피고 상호 안부를 묻는 미풍양속이 해를 거듭할수록 퇴색돼 온 것은 사실이나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을 만나 더욱 위축되는 양상이다.
더욱이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를 유지하고 있어 감염을 우려한 명절 민족 대이동마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명절에 앞선 벌초 또한 대행업체에 맡기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김민종(48·대전 동구) 씨는 “매년 명절 전에 집안 남자들이 다 같이 모여 벌초를 했는데 올해는 집안별로 최소한의 인력만 참여하기로 했다. 부족한 일손은 대행업체에 맡기기로 했다”며 “전국에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모이는 게 시기가 시기인 만큼 지금으로선 조심스러워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곽민철(50·대전 대덕구) 씨도 “코로나19가 재확산하는 상황인지라 올해 벌초는 대행업체에 맡기기로 했다. 평상 시 벌초를 위해 전국 곳곳에서 모이는 데 자칫 코로나에 감염될까 싶어 조상님들껜 죄송하지만 별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코로나19로 경제 전반이 신음하고 있는 극도의 불경기지만 그래서 벌초 대행업체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대전 A 벌초 대행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 우려 때문에 올해는 벌초예약이 2주일 정도 남은 상황인데 스케줄이 꽉 차여 있어 인력과 장비를 끌어 써야 될 정도”라며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50%이상 예약이 늘었으며 특히 서울, 경기 등 수도권 거주자의 신청이 많다”고 귀띔했다.
B 벌초 대행업체를 운영하는 박 모 씨는 “지난해 추석 전과 비교해 2배 이상 문의와 예약이 늘었다. 갑자기 몰린 예약으로 신규 인력을 계속해서 보충하고 있다”며 “예약 문의가 늘어서 좋긴 하지만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뜻하지 않게 예약이 들어와 기분이 썩 좋진 않다. 코로나19로 인해 여러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경기가 좋지 않아 평소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벌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섭 기자 toyp1001@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