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열긴 열었는데…

“경제 침체 속 영업 재개할 수 있어 다행” “미성년자 출입금지 조건 걸면 여나 마나”

2020-09-10     김정섭 기자

[금강일보 김정섭 기자] 대전시가 10일 0시부터 PC방의 집합금지 제한을 완화시켰다. 족쇄를 다소 풀어준 것인데 일부 업주들은 미봉책이나마 다행이라는 입장이지만 주요 고객인 미성년자들의 출입을 금지시킨 상태에서의 영업 재개라는 점에서 “풀리나 마나”라는 회의론이 우세하다.

이날 오전 11시경 대전 유성구 한 대학 인근 PC방을 찾아가보니 몇몇 사람들이 한 칸 씩 자리를 띄운 채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해당 PC방 업주는 실내 소독에 한창이었다. 비록 손님은 많지 않았지만 낯빛이 그리 어둡지는 않았다. 업주 최승철(39) 씨는 “매출이 90% 떨어졌어도 임대료는 내야했는데 문까지 닫히니 눈앞이 깜깜했다. 제한적으로나마 영업을 재개할 수 있어 다행”이라며 “이를 계기삼아 이용자 명부 작성, 실내 소독 등 관리를 철저히 해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한 PC방으로 영업을 지속했으면 좋겠다”고 웃어보였다.

문을 열긴 했지만 문제는 운영이 가능하냐는 점이다. 매출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는 미성년자들의 출입을 금지시킨 제한적 완화조치이기 때문이다. 업주들의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전 중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김 모(57) 씨는 “영업 중단 기간에 임대료와 관리비가 빠져 나가 빚이 늘었고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도 모두 버려 많은 적자가 발생했다. 정말 힘든 상황이다. 그래서 영업 재개가 반갑기는 하다”면서도 “그러나 미성년자를 출입금지시킨 상태라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들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라고 한숨 쉬었다.

대전의 또 다른 PC방 업주 김 모(43) 씨에게도 ‘PC방 큰 손’들의 출입금지가 또 다른 난관으로 다가온다. 김 씨는 “평소 손님 열 중 예닐곱은 미성년자들이다. 매출의 70% 이상을 청소년들이 차지하는 데 이들을 받지 말라는 것은 영업 중지 상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청소년 없는 영업은 업주들 입장에서 희망 고문이다. 경제와 안전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대책이 나오기를 바랄 뿐이다”고 호소했다.

김정섭 기자 toyp1001@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