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월령가] 열대과일, 농촌의 새로운 활력이 되어야 한다

장원석 충청남도농업기술원 기술정책과

2020-11-09     금강일보
 

태안에서 바나나가, 부여에서 애플망고가 생산되는 것을 아시나요? 삼척에서도 바나나 재배에 성공했다고 하니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제주도에서만 재배가 되던 바나나가 이제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재배가 되고 있다.

동남아 여행에서 먹던 그 달콤했던 망고도 이젠 국내에서 생산되어 한나절이면 소비자의 식탁에 오른다. 부동의 과일판매 1위였던 사과도 바나나에 자리를 내준 지가 몇 해 전이니 바나나의 인기는 정말로 대단하다. 남녀노소 모두 좋아하고 바쁜 일상의 간편한 식사대용으로도 인기를 끌며 국내산과 수입산 과일을 통틀어 가장 많이 찾는 과일로 자리매김했다.

이처럼 인기가 높아지고 가격도 수입산에 비해 2배 이상 높으니 농민의 입장에선 바나나 재배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후숙을 위한 약품처리나 검역을 위한 훈증·중열처리를 하지 않아 안전하고, 충분히 숙성된 상태로 수확해 한나절이면 우리의 식탁에 오르니 수입산보다 신선하고 맛도 좋다. 최근에는 열대과일 체험농장과 카페형 농장이 늘어나고 있다. 맛집을 찾아다니는 식객들은 장소와 거리에 개의치 않는다. 맛만 좋다면, 분위기만 좋다면 전국 팔도를 누비며 찾고 홍보까지 해주고 있다.

물론 이런 열대과일 재배에도 여러 문제들이 있다.

첫 번째는, 과연 온실에서 난방을 해가며 열대과일을 생산해야 하는가이다. 화석연료를 태워 난방을 하게 되면 이산화탄소가 발생해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하지만 겨울에 즐겨먹는 딸기, 토마토 같은 고소득 작물도 대부분 난방을 해 키우니 열대과일만 문제 삼을 건 아니다.

두 번째는, 과도한 초기 투자비용이다. 2m가 넘는 바나나 나무를 온실에서 키우다 보니 온실이 매우 높고 커야 하고 보온과 환기 등 온도조절을 위한 설비비용도 많이 들어간다. 영세농이 진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생산이 많아지면 가격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많은 비용을 들여 준비를 했지만 가격이 떨어지면 채산성이 낮아지고 심한 경우 파산에 이르게 된다. 한때 열풍을 일으켰던 블루베리가 지금은 폐원을 지원하고 있지 않은가. 열대과일도 지자체마다 특화작목으로 육성하겠다고 하지만 지나친 경쟁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작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시도는 필요하다. 열대과일이 지역의 특산품이 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볼 수는 없지만 새로운 소득원의 개발과 이로 인한 농촌의 활력이 생긴다면 이보다 긍정적일 수는 없다. 더 맛있고 안전한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 충족, 열대과일에 익숙한 세대들을 위한 색다른 체험농장과 도심을 벗어난 자연 속 카페농장, 농장을 찾아오는 사람들,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깨끗해지는 농촌 환경. 열대과일 재배가 단순히 지나가는 바람일 수도 있지만, 그저 그런 시골 마을을 사람들이 오가는 활기찬 농촌으로 변화시키는 초석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