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월령가] 귀농,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장원석 충청남도농업기술원 기술정책과
[금강일보] ‘농사나 짓지 뭐.’ 세상 물정 모르는 말이다. 이제 농사도 기술력, 정보력과 더불어 자금력이 필요하다. 장사를 하려 해도 많은 준비가 필요하듯 농사도 많은 발품과 꼼꼼한 준비가 필요하다.
귀농은 농사라는 사업을 하기 위해 도시에서 시골로 가는 것이다. 주거지와 직업을 바꾸는 것이다. 귀농에 실패해 도시로 돌아가는 역귀농도 30%가 넘는다고 한다. 역귀농을 하는 이들이 겪은 애로사항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지역민과의 갈등이고, 둘째는 경제적인 문제다. 특히 귀농 전보다 수입이 현저히 감소하거나 호전될 가능성을 찾지 못하면 역귀농으로 이어지게 된다. 아울러 농촌의 열악한 교육·보건·문화 등의 사회 인프라도 역귀농에 한몫을 하고 있다.
성공적인 귀농을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준비가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그 이전에 스스로에게 한 번쯤은 묻고 넘어가야 할 것들이 있다.
첫째, 부부 간 혹은 가족 간에 온전히 합의하였는가. 귀농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나와 가족의 행복한 삶을 찾기 위해서다. 가족 모두의 마음이 모아진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한 사람이라도 반대할 때는 충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
둘째, 최소 2∼3년간 버틸 생활비를 확보했는가. 농사는 달마다 일정한 수입을 얻기 어렵다.
첫해부터 수지를 맞추는 드문 예도 있지만 보통 3년 안에 적자를 면하면 정착에 성공한 것으로 본다.
셋째, 지역사회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파악되었는가. 땅이 나빠서, 교통이 나빠서 이런저런 이유로 잦은 이사를 한다면 지역민들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경계심을 부추긴다. 부정적인 소문이 돌면 좀처럼 회복하기 어려운 곳이 시골이다.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것이 도시보다 중요하다.
넷째, 농촌에 내려갈 특별한 이유를 찾아냈는가. '돈을 벌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희망을 갖고 온 이들은 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TV 등 언론매체에 나오는 성공한 농부, 갑부농부가 과연 얼마나 될 거며 그들의 노력 또한 어떠했는지 깊게 생각해봐야 한다.
다섯째, 모든 어려움을 이겨낼 마음의 준비가 되었는가. 개인을 중시하는 도시의 ‘자율과 독립’은 ‘협동과 통일’을 앞세우는 농촌의 가치와 수시로 부딪친다. 새벽에 문을 두드리는 분들도 있고 동네 애경사에 빠지기도 어렵다. 하지만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인내와 이해로 풀어야 한다. 이것도 통과의례라고 생각하자.
새로운 일을 시작하며 고민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앞서고 주변의 시선에 위축되기도 할 것이다. 너무도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생각하지 말자. 객관적인 입장으로, 3자의 입장으로 자신에게 묻고 평가해 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