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에 시큰둥한 은행권 ‘왜’
정부, 세제개편 통한 ISA 활성화 시위 당겼는데 은행권 “연동 프로그램 구축 시간·비용 막대해” 일각선 단발성 이벤트 대신 장기적 마케팅 필요 강조
[금강일보 김미진 기자] 올해부터 세제개편을 통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상장 주식을 담을 수 있게 되면서 뜨거운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작 고객 유치전에 나서야 할 시중은행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은행은 직접적인 주식투자가 불가능해 주식매매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데 그 과정에서 들어가는 비용이 막대한 것에 비해 편익이 크지 않아 금융권 내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ISA는 정부가 국민에게 자산 형성의 기회를 제공하고 노후를 대비한 자금을 마련하는 것을 돕기 위한 제도로 다양한 금융상품을 한 계좌에서 운용할 수 있어 그간 '만능통장'으로 불리며 큰 호응을 얻어왔다.
그러나 이자소득세 감면액이 매우 적은데다 가입대상이 한정적이고 투자 원금을 최소 5년간 빼지 못 하는 등 여러 제약으로 인해 '동학개미도 외면한다'는 우스갯소리와 함께 뒷방 신세가 됐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권 ISA 총 가입자 수는 지난 2018년 말 199만 311명, 2019년 말 192만 3011명, 2020년 말 179만 4895명 등 매년 6~7%가량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이에 정부는 ISA 제도 활성화를 위해 올해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했다. 기존에 근로·사업소득자만이 가입할 수 있었으나 올해부터는 만 19세 이상 국민 모두가 가입할 수 있게 됐다. 의무가입 기간 역시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했으며 연 2000만 원이었던 납입한도 또한 이월이 가능해졌다.
또한 투자자가 금융상품을 설정하는 신탁형, 금융기관이 대신 운용하는 일임형 등 두 가지 방법만 있었으나 이번에 직접 상장 주식 투자가 가능한 중개형이 추가되면서 증권사들은 물살을 타고 재빠르게 상장주식 편입 준비를 하고 있으나 증권사보다도 고객의 비중이 큰 시중은행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지역 내 한 펀드매니저는 "지난해 파생결합펀드(DLF)나 라임펀드 문제가 터지면서 금융당국의 규제가 강화됐는데 정부가 ISA 활성화에 무게를 두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규제 때문에 감소했던 자율성이 생기면서 투자 확대 기조가 보이고 있다. 지금보다 인기를 탈 것으로 예측된다"며 "그러나 인프라 구축까지의 시간과 비용이 어마어마하다는 문제가 있다. 이 때문인지 시중은행들도 ISA 관련 이벤트를 선보이고는 있지만 그다지 후끈한 열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증권사에 줘야하는 수수료 역시 시중은행들의 반응이 미온적인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의 ISA 마케팅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을 보인다. 그는 "ISA와 실시간으로 연동되는 프로그램을 만들기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당장 마케팅을 한다 하더라도 본격적으로 ISA를 운용하려는 고객들은 어차피 증권사로 몰릴 것"이라며 "지금처럼 단순히 물질적인 것을 선착순으로 제공하는 단발성 이벤트는 소용없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진 기자 kmj0044@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