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월령가] 스마트 팜의 허(虛)와 실(實)

이철휘 충남도농업기술원 원예연구과 소득경영팀

2021-02-15     금강일보
 

[금강일보] '스마트 팜'은 ICT를 비닐하우스·축사·과수원 등에 접목, 원격·자동으로 작물과 가축의 생육환경을 적정하게 유지·관리할 수 있는 농장이다.

스마트 팜은 2010년 이후 본격적으로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는 농장 형태이다. 농가 인구가 줄고, 고령화가 가속화 되면서 인력을 대체할 수 있는 시스템을 찾다보니 자연스럽게 원격제어, 인공지능 센서활용, 자동조절장치 등이 농업에 적용된 것이다. 즉 이미 우리나라에는 ICT기술이 2, 3차 산업에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었지만 농업에는 경제적 타당성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활용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농업의 환경변화에 적응하기 위하여 정부와 농업인들은 급하게 스마트 팜을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기계를 주어도 기술자가 기계운영 능력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듯 아직 농업인들의 스마트 팜 운영기술이 부족하다 보니 현장에서 많은 문제점을 발생시키고 있다.

과다한 자본을 투자하여 스마트 팜을 갖추었지만 농가의 활용능력이 부족하여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스마트 팜 관련 장비 제조업체가 영세하다 보니 쉽게 도산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스마트 팜 농가들의 장비 및 부품에 문제가 생기면 설치업체로부터 하자보수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농가는 스마트 팜을 도입하기 전에 경제적 투자 타당성 분석을 사전에 실시해야 한다. 스마트 팜은 초기 시설 자본이 과다하게 투자된다. 초기 자본이 많이 드는 반면에 10년 정도는 장기적 활용이 가능하고 노동력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스마트 팜이 적용되면 농장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노동력이 절감됨으로써 규모를 늘릴 수 있는 여력이 발생한다. 규모를 늘려야 스마트 팜의 경제적 효과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정부의 천편일률적인 스마트 팜 온실을 보급할 것이 아니라 농가별 경영 실정에 맞춰 경영주의 ICT활용 능력을 고려한 스마트 팜을 보급하는 것이 필요한 때다. 그리고 스마트 팜을 도입하고자 하는 농가는 사전에 관련 교육을 철저히 받아 최대한 첨단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농촌진흥기관도 지속적으로 일반적인 집합교육이 아니라 스마트 팜 농장 현장에서 실질적 실습 교육을 강화하여 농가의 시행착오를 줄여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정부가 스마트 팜을 급하게 추진하다 보니 대부분 장비 및 부품을 외국 제품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농장이 외국 스마트 팜과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형 스마트 팜을 개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 농촌진흥청은 스마트 팜 농가를 대상으로 작목별 생육관련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향후 이러한 빅데이터를 활용한 센서가 개발되어 온실 환경에 적용한다면 품질과 생산성을 높이는 데 유리할 것이다.

스마트 팜이 우리 농업의 문제를 모두 해결해 줄 장밋빛 희망으로 보이지만 여기에는 많은 비용과 운영능력을 필요로 한다. 스마트 팜 운영능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무조건 도입하면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스마트 팜의 효과를 최대한 올리기 위해서는 개별농가의 농장 환경과 운영능력을 고려한 맞춤식 모델을 설치하여야 한다. 조건에 맞는 기술이 적용될 때 비로소 스마트 팜은 빛을 볼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첨단 농업기술의 농업적 활용이 독이 아닌 약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