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Why] 투명 페트병의 비밀
폐페트병 90% 매립 또는 소각 알고 버리면 고품질 재생원료
[금강일보 신성재 기자] 최근 공동주택 내 분리수거장에 분리배출 수거함 하나가 더 늘었다. 투명 페트병만 따로 수거하는 ‘전용’이다. 투명 페트병은 예전엔 ‘플라스틱’으로 분류돼 여타 플라스틱 용기와 함께 수거됐지만 지난해 12월 25일부터 별도로 수거되기 시작했다. 왜 유독 투명 페트병만 별도 분리라는 대접을 받는 것일까. 투명 페트병이 갖는 재활용 가치 때문이다. ▶관련기사 5면
우리 일상용품 대부분은 플라스틱이다. 이제 플라스틱 없는 세상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가벼우면서도 단단한 재질 때문에 우리 일상용품은 빠르게 플라스틱으로 대체됐다.
플라스틱 가운데 재활용될 수 있는 종류는 PET, HDPE, PVC, LDPE, PP, PS 등 크게 6가지다. 이 중 PET(페트)는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의 약자로 매우 투명하면서 가볍다는 장점이 있다. 열가소성 수지라 다양한 형태와 크기, 색깔로 만들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탄산가스나 산소 차단성이 뛰어나고 비스페놀 같은 환경호르몬 물질도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식품 용기, 특히 음료수병으로 제격이다.
페트병은 색상별로 그 쓰임새가 다르다. 갈색이나 녹색 등 유색 페트병은 재활용 효율이 낮지만 투명 페트병은 쓰임새가 다양하다. 우선 다시 페트병으로 만들 수 있고 판페트(시트)로 만들어져 투명한 도시락 모양의 용기로 재활용될 수 있다. 섬유로도 만들 수 있다. 이물질이 적은 고품질 PET 재생원료로는 길고 가는 실을 뽑을 수 있는데 이 장(長) 섬유는 의류 등 섬유제품으로 재탄생한다.
이물질이 많아 품질이 떨어지면 짧은 실만 뽑을 수 있는데 이 단(短) 섬유로는 인형이나 소파 등에 들어가는 솜, 부직포 같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 투명 페트병을 분리·배출할 때 용기를 깨끗하게 세척한 뒤 라벨 등 재질이 다른 플라스틱(비닐)을 제거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라벨 역시 PET 재질인 경우도 있지만 유색이라 PET 재생원료의 품질을 저하시킨다.
페트병 마개와 마개 링의 경우 대부분 PP 또는 HDPE 재질이라 PET와 섞이면 마찬가지로 품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다만 정부는 배출자가 마개와 마개 링까지 제거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해 용기를 세척한 뒤 라벨만 제거하고 분리·배출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마개와 마개 링은 재활용 공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선별·분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명 페트병이 제대로 재활용되는 비율은 10%가 채 안 된다. 한 해 수거되는 투명 PET 29만 톤 중 90%는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폐기물 선별·재활용 업체가 알아서 재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인력과 장비, 시간을 투입해 마구잡이로 섞여 있는 폐기물 속에서 투명 페트병만 분류해 내고 다시 라벨을 떼 폐페트를 재활용하는 것은 적어도 우리나라 현실에선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는 2만 2000톤의 페트 및 페트 재생원료를 수입했다. 라벨을 뗀 투명 페트병이 제대로 분리·배출되면 고품질 재생페트를 지금보다 3배 이상 많은 10만 톤 정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성재 기자 ssjreturn1@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