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 일렁이게 하는 맑고 낮은 목소리

김조년 한남대 명예교수 산문집 ‘홀로 그리고 함께’ 발간

2021-02-21     최일 기자
지난 20일 대전 옹달샘터에서 만난 김조년 한남대 명예교수가 산문집 ‘홀로 그리고 함께’를 들고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금강일보 최일 기자] “우리는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사는 것, 같이 사는 길을 함께 찾는 운동이 일어날 수는 없는 것일까요? ‘당신은 혼자가 아니야, 여기 내가 있어’라고 말할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그런 사회는 어떻게 가능할까요?”

‘김조년의 맑고 낮은 목소리’를 통해 금강일보 애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는 김조년 한남대 명예교수. 그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어수선한 세태에 자신의 혁명론을 설파한 산문집 ‘홀로 그리고 함께’(도서출판 천년의시작)를 펴냈다.

이 책은 ‘세상에서 가장 악독한 일이 무엇일까?’, ‘꿈을 꾸고 실현할 자유와 권리를’, ‘사람이 사람답게 살려면’, ‘겸손한 사회와 사람들’, ‘작음을 장점으로 살릴 수 있는 길을 찾자’, ‘긍정과 부정 사이에서’, ‘삶이란 무엇일까?’, ‘다시 평화를 생각하며’, ‘용서와 화해’ 등 금강일보에 게재됐던 69편의 글로 구성돼 있다.

김 교수는 우리 사회가 겪는 갈등과 이에 따른 문제를 성찰하는 동시에 시대의 요구에 응하는 혁명적 글쓰기를 선보인다. 올곧은 정신에 입각한 인문학적 글쓰기를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조리에 저항하며, 그는 사회 비판적 목소리로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대안적 혁명론을 제시한다.

무력 사용도, 체제 전복도, 어떤 희생과 영예로운 권위를 얻는 것도 없는, 있는 듯 없고, 없는 듯 있는 혁명을 꿈꾸는 그의 글에서 굉장한 혁명 이론이나 전략은 찾아볼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처마 밑으로 떨어지는 물방울이 댓돌에 구멍을 내고, 바닷가에서 주워 올린 작은 조약돌이 깎이고 쓸리어 매끄러운 그 모습이 된 것처럼 그는 아닌 듯 긴 혁명을 기다리고 있다.

일상의 사소한 문제부터 역사적 사건에 이르기까지 김 교수는 정치·사회·문화·종교 등을 아우르는 넓은 스펙트럼의 글쓰기로 불신과 불통을 깨트리고 용서와 화해, 평화의 길로 나아간다.

“맑고 낮은 목소리로 물결 하나 일렁이게 하고 싶습니다. 여러 해 동안 저의 생각을 펼칠 수 있는 마당을 제공해 준 금강일보에 감사드립니다. 사정이 풀려(방역이 완화되면) 여기저기에 있는 벗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오길 바랍니다.”

충북 영동 출신으로 한남대 성문학과를 졸업한 김 교수는 독일 괴팅겐대학에서 사회학·교육학·정치학을 공부했고, 한남대 사회복지학과에서 후학들을 가르쳤다. 삶을 변혁시키는 평화훈련(AVP)에 참여했고, 함석헌기념사업회 이사장, ‘씨알의 소리’ 편집주간 등을 역임한 그는 현재 ‘표주박통신’ 주필을 맡고 있고, 세상의 참된 이치를 탐구하면서 삶의 지혜를 나누는 ‘옹달샘터’(대전 동구 삼성동)를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성찰의 창문으로 바라본 세상’, ‘지역이 학교요 학교가 지역이다’, ‘사랑하는 벗에게’, ‘청년에게 안부를 묻다’ 등이 있다.

글·사진=최 일 기자 choil@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