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열의 힐링여행 2] 62. 윈저성

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2021-03-30     금강일보
윈저성 전경. 가운데 원형탑이 미들, 오른쪽 장방형이 하구역 왼쪽이 상구역.

[금강일보] 잉글랜드의 버크셔주 북동쪽 끝에 있는 윈저성(Windsor Castle)은 1066년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노르만족 일파인 정복왕 윌리엄 1세(WilliamⅠ: 1028~1087)가 잉글랜드를 점령 후 런던으로 통하는 서쪽 통로를 지키기 위하여 1090년 목책성(木柵城)을 세운 것이 시초다. 윌리엄 1세 사후 헨리 2세(Henry Ⅱ: 1133~1189)가 목책으로 만든 윈저성을 허물고 돌로 원형 탑을 쌓았는데,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성이다.

런던의 버킹검 궁과 함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공식 성이어서 여왕은 주말이나 여름휴가 시즌이면 가족과 함께 자주 찾는데, 그때는 버킹검 궁에서와 마찬가지로 궁전의 탑에 영국 왕실 깃발을 내건다.

윈저성 입구

한편, 잉글랜드 왕 애설레드 2세(968~1016)와 노르망디공국 리샤르 1세의 딸 에마의 셋째아들로 태어난 하르타크누트(Hardeknud: 1018~1042)는 형 크누트가 잉글랜드 왕이 되자, 어머니의 영지인 노르망디에서 망명 생활을 했다.

그런데, 1040년 아버지가 죽고, 형 크누트가 크누트 3세(Canute III: 1018~1042)로 즉위했으나 2년 만에 죽자 왕위를 계승하여 에드워드 1세가 되었다. 교황의 후원으로 왕위에 오른 에드워드 1세는 성지순례를 약속하였지만 이행하지 못하자, 속죄의 의미로 1065년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지었다.

그를 참회 왕이라고 하는데, 에드워드가 사후 자식이 없자 처남 헤럴드가 즉위하니 윌리엄 1세가 왕위계승권을 주장하며 잉글랜드를 공격했다. 에드워드 1세의 어머니 에마가 윌리엄 1세의 고모할머니였기 때문이다.

중간구역의 라운드 타워
윈저성 출구(헨리 8세 게이트)

윌리엄 1세는 원주민 켈트족을 추방하고, 1072년 스코틀랜드, 1081년에는 웨일스를 침공하여 영국 전체를 앵글로 색슨족을 몰아내고 노르만가(家)가 지배하는 노르만왕조(1066~1154)를 세웠다. 그리고 웨스트민스터에 궁을 지어 왕궁을 옮김으로써 웨스트민스터 궁은 1295년 국회의사당이 될 때까지 영국의 왕궁이 되었다.(윌리엄 1세에 관하여는 2021. 1. 20. 빅벤 참조)

18세기 말 영국이 산업혁명으로 세계 각지에 식민지를 개척하여 ‘해가 지지 않는 나라’가 되었던 절대주의는 빅토리아 여왕(1819~1901)의 재위 시기였다. 조지 3세의 넷째 아들 에드워드와 독일 하노버 왕가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빅토리아 여왕은 큰아버지가 셋이나 있어서 왕위와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1820년 할아버지 조지 3세가 죽고 제일 큰아버지가 조지 4세(George IV)로 즉위했지만, 자식이 없었다. 또, 조지 4세가 재위하던 1827년 둘째 큰아버지가 죽어서 셋째 큰아버지가 65세에 즉위하여 윌리엄 4세(William IV: 1765~1837)가 되었지만, 윌리엄 4세도 자식이 없이 1837년 71세로 죽었다.

철로 만든 병사 형상물

결국 조지 3세의 막내아들의 장녀인 빅토리아가 18세의 나이로 영국 여왕이 되는 행운을 얻었다. 빅토리아 여왕은 즉위 3년 뒤인 1840년, 외삼촌인 벨기에 국왕 레오폴드의 중매로 독일 작센-코부르크-잘펠트 공작 에르네스트 3세(Ernest III)의 아들 앨버트(Albert: 1819~1861)와 결혼했다. 여왕은 첫눈에 동갑내기 앨버트에게 반했지만, 영국인들은 수백 개 공국으로 갈라진 독일의 조그만 나라를 알지 못했고, 또 대영제국의 여왕이 작센(Saxon)이라는 조그만 공국의 왕자와 결혼한다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했다.

게다가 군주의 배우자는 영국인이어야 한다는 영국법에 맞추기 위해서 앨버트는 결혼하기 며칠 전에 영국으로 귀화했지만, 영국 의회는 그를 상원의 귀족으로 삼는 것을 거절할 만큼 부정적이었다. 여왕은 앨버트의 호칭을 ‘국왕의 배우자(King Consor)’로 불러줄 것을 제안했지만, 수상 멜버른이 거절할 정도였다. 앨버트는 1857년에야 빅토리아 여왕에 의해서 ‘Prince Consor’라는 호칭을 받았다.

윈저성 본성 입구
화이트성

문제는 여왕의 자식들이 남편을 따라 독일 작센 코부르크고타 공작 가문의 일원이 되었다는 점이었다. 장남 앨버트 에드워드 7세와 덴마크의 알렉산드라 공주 사이에서 태어난 둘째 아들 조지(Jeorge)는 1910년 에드워드 7세 사후 조지 5세(1865~1936)가 되었는데, 그가 재위하던 1917년 1차 대전이 벌어지면서 영국인의 반독 감정이 극심해졌다. 조지 5세는 영국인들의 감정을 추스르려고 독일 작센 코부르크고타 왕가를 윈저 가(Winsor家)로 개명했다. 즉, 윈저성은 현재 영국 여왕에 가문의 복잡한 가계(家系)를 윈저로 고친 새로운 가문의 탄생지가 된 것이다.

하지만, 조지 5세도 자식이 없어서 장녀 엘리자베스가 왕위계승자가 되고, 엘리자베스 여왕도 그리스 왕족으로서 덴마크의 슐레스비히-홀슈타인-사운덴부르크-글뤽스부르크 왕가의 일원이자 올덴부르크 왕가 계통인 필립 공과의 혼인함으로써 혈통 상의 논쟁이 생겼다. 필립 왕자도 그리스의 왕위승계권을 포기하고, 결혼에 앞서 에든버러 공의 작위를 받는 형식을 거쳤다.(윈저가 관하여는 2021. 2. 10. 버킹검 궁(2) 참조)

윈저궁 정원

영국 고딕 양식의 대표적 건물로 평가받고 있는 윈저성은 1992년 테러로 큰 화재가 발생했으나, 복구 후 1998년부터 일반에게 공개했다. 윈저성에서도 버킹검 궁에서와 마찬가지로 근위병 교대식을 거행한다.(버킹검 궁에 관하여는 2021.02.04. 버킹엄궁(1) 참조)

런던에서 윈저성까지는 열차·버스·렌터카 등 여러 교통수단이 있으며, 열차는 패딩턴 역 14번 플랫폼이나 워털루역에서 윈저성행 열차가 출발하는데, 약 1시간가량 걸린다. 요금은 성인의 왕복 요금이 £18.7(한화 약 2만 7000원)이다.

윈저궁

런던 패딩턴 역에서 출발한 열차가 슬라우역(Slough)에서 윈저행으로 갈아타는 열차도 있다. 열차표는 사전예약하거나 4명이 함께 티켓을 사면 할인이 된다. 또, 웨스트민스터 대성당 부근의 지하철 빅토리아역과 빅토리아 코치스역 사이에 있는 그린 코치 정류장에서 792번 셔틀버스를 타면 윈저성까지 곧바로 갈 수 있는데, 런던과 윈저성 사이를 운행하는 그린라인 셔틀버스 요금은 버스 기사에게 왕복 요금 16파운드를 지급하면 된다. 셔틀버스는 여러 정류장을 거치기 때문에 1시간 20분가량 걸리지만, 이층 버스여서 윈저성까지 가는 동안 시내 구경을 덤으로 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찰스2세 기마상

윈저/이튼 강변역에서 내린 뒤, 언덕길을 올라가면 군사 요새 같은 윈저성이 왼편에 있다. 윈저성 입장료는 £20이지만, 뮤지움 패스 소지자는 무료입장할 수 있다. 입장은 뮤지엄 패스 소지자, 일반 입장객, 단체관광으로 나눠서 입장시키는데, 성으로 들어가는 행랑에는 역대 영국 왕의 모습을 시대순으로 전시해 두었다. 윈저성은 오랫동안 수차 증·개축을 한 탓에 아래쪽 구역(Lower Ward), 중간 구역(Middle Ward), 위쪽 구역(Upper Ward) 등 세 구역으로 나눈다.

입구에서 가장 먼저 도착하는 곳이 중앙 구역의 라운드 타워인데, 라운드 타워는 가운데 인공언덕 모트(Motte)과 그 주변에 외벽(Bailey)을 쌓아서 한층 더 웅장하게 보인다. 이것은 감시와 전망을 위하여 강변에서 채취한 석회암(chalk)으로 15m의 높이로 쌓은 언덕 위에 원형탑 킵(Keep)을 다시 9m나 높인 것이다. 원형 탑은 1992년 대화재 이후 왕실 기록보관소(Royal Archives)가 되었다.

윈저궁 내부
세인트 조지 성당

미들 워드의 서쪽 입구는 개방되어 있고, 게이트웨이는 북쪽 테라스 위를 통해서 북쪽으로 이어지는데, 이곳을 지나면 윈저성에서 가장 볼거리가 많은 위쪽 구역이다. 이곳이 여왕이 거주하는 스테이트 아파트먼트(Sate Apartment)인데, 여왕 부재중에만 관람할 수 있다.

중간 구역을 지나 아래쪽 구역에 세인트 조지 성당과 앨버트 기념 예배당이 있다. 세인트 조지 성당은 1528년 에드워드 4세가 가터 기사단의 예배당으로 지은 건물이다. 그리고 앨버트 기념 예배당은 헨리 7세가 왕릉으로 지었으나, 빅토리아 여왕이 남편 앨버트를 추모하여 앨버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앨버트 기념 예배당에는 빅토리아 여왕과 앨버트 왕자의 능이 있다. 런던의 여왕 집무실이 있는 버킹검 궁 앞의 공원에도 앨버트 기념관과 동상이 있다. 그런데, 윈저성은 여왕이 거주하는 성이라 하여 일체 내부 사진을 찍을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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