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어족'을 아십니까

경제적 자립으로 40대 은퇴 준비하는 이들 늘어 고정지출 극단적으로 줄이고 투잡에 투자까지

2021-04-01     조길상 기자

[금강일보 조길상 기자] 코로나19 사태와 초저금리 등으로 최근 ‘파이어족’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한동안 오늘을 중시하던 ‘욜로(YOLO·You Only Live Once)’가 인기를 끌었다면 최근 들어선 ‘내일’을 준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파이어(FIRE·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족은 경제적 자립을 토대로 자발적 조기 은퇴를 하는 사람을 뜻한다. 정년까지 일하기 위해 위아래 눈치 보지 않고, 40대에 자발적 은퇴를 선택해 여생을 자유롭게 살기를 위하는 이들을 지칭한다. 그러나 코로나19로 경기가 침체되고, 수년간 초저금리가 이어져 온 현실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수저를 물고 태어난 이들이 아니라면 40대에 경제적 자립을 이루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기에 파이어족은 수입의 70~80%를 저축하고 고정 지출을 최소화하며, 주택규모를 줄이거나 차량 구매 등을 지양한다.

본래 파이어족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젊고 학력이 높은 고소득 직업군의 밀레니얼세대를 중심으로 시작됐다. 부모 세대가 은퇴 후에도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지켜본 밀레니얼세대들이 고안한 미래 설계도 중 하나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부터 주식시장에 ‘동학개미’가 출현하고, 다양한 방식의 재테크 방법들이 쏟아지면서 ‘한국형 파이어족’이 늘고 있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2030세대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 5명 중 2명은 한국형 파이어족이 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중 절반 이상(57%)이 ‘파이어족이 될 생각이 있냐’는 물음에 긍정을 뜻을 밝힌 거다. 또 현재 파이어족이 되기 위해 준비하고 있냐는 질문에도 41%는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들이 조기은퇴를 하기 위해 목표로 하는 자산은 평균 4억 3000만 원이며, 희망하는 조기 은퇴연령은 평균 39세로 나타났다.

미국의 파이어족이 극단적으로 소비를 줄이며 자산을 모으는 방식과 달리 한국형 파이어족은 긴축 재정과 함께 높은 투자성향도 보인다. 소비를 줄이는 것만으로는 조기은퇴 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다보니 주식투자와 사이드잡, 투잡을 선택하는 거다.

직장인 A(33·대전 서구) 씨는 “40대 초반에는 은퇴할 생각으로 평일에는 대리운전을, 주말엔 아르바이트를 나간다”라며 “급여만으로는 집을 사는 것도 어려운 현실이다. 조금이라도 젊을 때 바짝 모은 자금으로 투자와 연금을 받으며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 생각”이라고 말했다.

 

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