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일보-대전시 공동기획 : 2021 대전 청년을 말하다] 8. 김은선 코드디자인 대표, 전통에 현대적 감각을 입혔다
전통 규방공예 전승자로 세련된 손맛과 현대미로 한국적인 디자인의 재탄생
[금강일보 신성재 기자] 전통이 현대적 감각을 만났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소박하고 검소한 예술에 섬세한 손맛이 가미된 세련된 ‘멋’이 입혀졌다. 꾸밈없이 수수한 작품 속에는 화려하면서도 색다른 ‘감’이 살아있다. 전통의 멋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궁중의 화려한 색감은 부활시켰다. 전혀 상반된 색깔이 어우러지면서 독자적인 하나의 세계로 재탄생한 거다.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으며 작품을 살아 숨 쉬고 생동하게 만드는 이는 아름다움의 원형, 즉 원초적 미(美)를 그대로 재현하고자 하는 원대한 야망을 가졌다. 저 너머에서 천상의 것을 그대로 가져오리라는 예술가로서의 꿈 말이다. 젊은 예술가의 초상을 그리고 있는 김은선(32·여) 코드디자인 대표에게 청춘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불타는 예술혼. 포기란 없다
예술이란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지면 저마다 다른 답변을 내놓곤 한다. 혹자는 기예와 학술을 이르는 기술(Art)라고 말한다. 또 다른 이는 도(道)를 추구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답하며, 어떤 이는 예술을 있는 그대로 봐달라고 당부한다. 적어도 수십부터 많게는 수백, 수천에 이르는 예술관은 각 개인마다 추구하는 미적 가치가 다르며 예술을 정의하는 절대적 기준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끝이 어디인줄 모르는 망망대해 한가운데서 보물을 찾는 것 이상으로 예술가로 살아간다는 게 어려운 이유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김 대표는 후배들에게 자신만의 예술관에 대한 뚜렷한 색깔과 확고한 신념을 갖고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젊은 분들 중에 예술가의 길을 걷겠다. 혹은 창업을 해보겠다. 처음에는 강한 의지를 갖고 시작합니다. 그런데 도중에 포기하는 친구들을 숱하게 많이 봅니다. 안타까운 일이죠. 예술이건 뭐건 자신의 길이라고 생각하면 끝까지 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김 대표도 처음엔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전통과 감성을 디자인한다는 포부를 갖고 한국적인 예술을 창조해내겠다는 그녀였지만 여러 어려움에 봉착하며 일을 접어야 하나 고민도 했다. 특히 예술을 토대로 한 사업을 시작했을 때 창업 멘토들에게 쓴소리도 많이 들었다.
“제가 추구하는 예술에 대해선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이 ‘취업을 하는 게 좋다’, ‘사업성이 없다’는 등 얘기를 했을 때 다소 서글프기도 했습니다. 예술과 사업,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에 대해 많은 분들이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꿈이 있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한국적인 디자인, 그리고 사회공헌
예술가로서 그녀의 꿈은 용감하기만 하다. 자신만의 색깔을 입힌 한국적인 디자인을 완성해 세계만방에 알리겠다는 게 김 대표의 포부다. 코드디자인(KoD Design)이란 뜻 역시 ‘한국적인 디자인’을 의미한다. 전통양식에 기반한 새로운 작업과 새로운 시도를 담은 공유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게 코드 디자인의 비전이다. 현재 코드 디자인은 전통 공예 및 다양한 공예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는 등 전통공예 교육회사로 자리잡고 있다.
“흔히 예술가란 가난하다는 편견이 있어요. 이러한 편견을 깨기 위해 새로운 시도들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코드 디자인은 새로운 가치 창출을 목표로 합니다. 전통의 양식을 무너뜨리지 않으면서 대중이 사랑할 수 있는 현대적 컬러와 실용성을 담는 작품들을 만들 수 있는 작가들을 양성하는 게 이 회사의 목표입니다.”
김 대표는 교육자이자 사회운동가로서의 열정도 갖고 있다. 김 대표는 ‘우리의 색을 엮어 내다’라는 뜻의 위팔레트(We.Palette)라는 비영리 단체를 운영하며 저소득층 가정 아이들 등 문화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올바른 공예교육을 비롯한 다양한 예술교육을 펼치고 있다. 특히 위팔레트가 전달하는 치유와 봉사는 코로나19로 우울과 고립감 등을 겪는 등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소외계층 아이들에게 한줄기 희망이 되고 있다.
“코로나19 시기에 많은 분들이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어려운 시기인 만큼 이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과 희망을 전달해줄 수 있다는 점은 뿌듯합니다. 문화 격차를 줄이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위팔레트 구성원 모두 노력할 것입니다. 더 좋은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지역 사회에 공헌하고 싶습니다.”
◆화려한 재현과 부활, 매순간의 예술
김 대표가 선보인 그녀의 예술세계, 규방공예로 완성한 전통주머니, 보자기, 배자 등의 작품은 현대 생활 속에서 멋스럽게 착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 됐다. 여러 가지 색상의 조각천을 잇고 가장자리에 선을 두르고, 깃은 맞깃으로, 깃 둘레에 자물림 자수를 놓아 장식한 어린이용 조끼인 배자는 오색의 자태를 뽐냈다. 디지털프린팅 기법으로 재현한 ‘평정심’이라는 철릭 코트는 19세기 당채화문보를 보다 현대적으로 재구성했다.
“전통예술은 소박하고 검소한 면이 있습니다. 한편으로 궁중의 예술에는 다양한 색상과 화려한 멋이 존재합니다. 저는 전통의 예술에 현대적 감각을 입히고, 궁중의 색상을 부활시켜 현대인의 일상 속에 정착시키고 싶습니다.”
한국적인 디자인을 전 세계인의 패션 트렌드로 정착시키고 싶다는 김 대표는 매순간이 예술임을 잊지 말고, 마음을 열고 세상의 다양한 면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남들이 말하는 게 꼭 예술이 아닌 만큼 다양한 분야를 접목시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완성해야 한다는 게 김 대표의 지론이다. 이는 그녀가 처음 이 길을 걸었을 때부터 굳게 먹었던 다짐이기도 하다. 초심을 잃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겠다는 것이 미래로 향하는 김 대표의 당찬 포부다.
“순간 순간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예술가라면 항상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볼 줄 아는 안목이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자신만의 색깔을 입힌 예술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흔히 세상 물을 먹으면서 시야는 좁아지고, 그토록 추구해오던 예술의 가치가 변질되기도 합니다. 열린 마음을 갖고 자신의 뜻을 펼쳐나가겠다는 예술가로서의 초심, 한국적인 디자인을 완성해내겠다는 꿈,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신성재 기자 ssjreturn1@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