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열의 힐링여행 2] 70. 반둥 그데-팡라오 산 국립공원
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금강일보] 자카르타에서 남쪽으로 180㎞쯤 떨어진 서부 자바(Jawa Barat)의 수도 반둥은 인구 약 150만 명이 사는 인도네시아의 제3의 도시이다. 해발 700m에 있는 산간 도시인 반둥은 옛 순다 왕국의 도읍이자 네덜란드가 식민 통치하던 1810년 피서지와 휴양지로 건설된 서구화된 도시다.
넓은 가로수길과 서양식 건물이 즐비한 반둥은 현대적인 도시로서 ‘자바섬의 파리’라고 불렸는데, 독립 후에도 인도네시아의 부유층들은 이곳에 거주하거나 별장을 두었다. 이것은 연평균 20~23℃로서 40~42℃인 자카르타보다 훨씬 선선하기 때문인데, 이런 자연환경과 역사적 전통에 힘입어 1955년 4월 당시 수카르노 대통령과 인도 네루 수상이 중심이 되어 ‘아시아·아프리카 회의’라는 비동맹 중립국회의를 개최한 도시로서의 국제적인 명성도 있다.(반둥에 관하여는 2021. 5.26. 땅꾸반 쁘라후 화산 참조)
식민 통치하던 네덜란드가 이곳을 피서지·휴양지로 개발하게 된 것은 이곳의 대표적인 활화산인 땅꾸반 쁘라후(Tangkuban Perahu)의 영향이 가장 크지만, 그 밖에도 역사적인 도시 반둥을 에워싼 그데산(Gede Mt.: 2958m)과 팡크라오산(Pangrango Mt.: 3019m)의 천혜의 아름다운 숲에 힘입었다. 1889년 조성된 그데-팡크라오 국립공원(Taman Nasional Gunung Gede Pangrango)은 약 1만 5000㏊(약 4530만 평)에 이르는 원시림에 고산지대까지 찻길을 만들고, 원시림을 가꾼 식물원(Cibodas)과 거대한 자연폭포(Air Terjun)를 관광자원으로 삼고 있다.
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올라간 오른편에는 잘 다듬어진 골프장이 아름답고, 수천 년 동안 형성되었을 나무숲과 이끼들은 마치 원시시대에 들어선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고생대를 찾아온 것 같은 착각을 느끼기도 하는 국립공원은 순다어로 '가렛'이라고 하는 고무나무와 곧게 높이 자라서 건축 자재로 인기가 높은 '라사말라'나무는 높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키가 크고, 어른 서너 명이 팔을 뻗어서 맞대야 할 만큼 굵었다. 높이 20m까지 자란다고 하는 나무고사리는 지천이었다. 숲속을 거닐 때면 이따금 이상한 울음소리는 원숭이의 소리라고 했고, 열대 우림지역인데도 모기가 없는 것은 그만큼 이곳 기온이 낮다는 방증이었다.
아름드리 나무들과 형형색색의 나무숲이 잘 다듬어진 잔디밭과 어우러진 한 폭의 산수화로서 충격적이었다. 등산로 양편에 아름드리 숲길을 따라 걸어본 것은 국립공원 탐방의 최대로 즐거움이었다. 완만한 숲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은 국립공원 입구에서 약 2.7㎞쯤 떨어진 계곡의 폭포까지 가는 데는 약 1시간 정도 걸렸다.
그런데, 정글 깊숙이 숨겨진 폭포를 찾아가는 과정은 생각보다 흥미로웠다. 다만, 공원 주차장에서부터 폭포까지의 거리를 알려주는 안내판이며, 밀림 같은 숲길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알려주는 안내도가 곳곳에 비치되었으면 싶었지만, 그렇지 않은 것은 매우 아쉬웠다.
아이러니하게도 초등학생만한 어린이들이 수없이 서성이면서 이것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폭포로 올라가는 지름길을 안내해준다며 접근했는데, 공원을 순회하는 관리인들에게 물어도 그 아이들을 따라가면 좋을 것이라고 하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듣고 관광 서비스의 후진성을 느낄 수 있었다.
결국 우리도 한 어린이에게 1000원을 주고 그 어린이가 알려주는 지름길로 폭포를 찾아갔다. 어떤 사람들은 공원 측에서 안내판을 세워도 어린이들이 모두 뽑아내어 버림으로써 원시림에서 이방인들이 길을 잃기 쉬운 약점을 어린이들이 교묘하기 이용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이것은 국립공원을 관리하는 당국으로서 취할 도리가 아닌 후진국적인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정상 부근에 있는 계곡의 폭포에 이르면 크고 작은 3개의 폭포가 보이는데, 각각의 물줄기 크기가 다르다. 물론, 장마철이나 갈수기에 따라 물줄기가 다르겠지만, 우거진 나무숲 사이로 물줄기가 쏟아지기 때문에 폭포의 높이나 물줄기의 폭을 자세히 가늠할 수 없음이 아쉬웠다. 그렇게 찾아간 폭포에서도 주변에는 폭포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알려주는 게시판도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이곳의 안내판도 어린이들이 뽑아서 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숲을 돌아보면서 폭포까지 올라가는 데는 어린이를 따라서 지름길로 가는데도 1시간가량 걸렸지만, 내려올 때는 기억을 더듬어서 약 45분 만에 공원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