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의날 특집] 주식시장의 오늘과 내일
[금강일보 조길상 기자] 개인이 추구하는 가치나 삶의 목표는 천차만별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하는 게 있다. ‘대부호’까지는 아닐지라도 살아가는 데 있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래서일까. 우리 선조들은 저축과 근검절약을 강조해 왔다.
‘티끌모아 태산’이라던가, ‘굳은 땅에 물이 고인다’ 등의 속담에도 저축과 근검절약 정신이 담겨있다. 그러나 저축만으로도 자산을 불릴 수 있었던 과거와는 달리 ‘초저금리 시대’가 도래한 최근에는 자산증식을 위해서 ‘투자’는 필수가 됐다. 문제라면 투자는 100% 성공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증한 주식시장의 오늘과 내일을 살펴봤다.
◆ 동학개미운동의 등장
지난해 국내주식시장에서는 ‘동학개미운동’이 펼쳐졌다.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투자자가 국내 주식을 팔며 급락세가 이어지자 이에 맞서 개인투자자(개미)들이 대규모 매수세를 이어간 상황을 동학농민운동에 빗대어 표현한 현상을 뜻한다.
코로나19 발생 전인 지난해 1월 2일 2175.15로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1457.64(2020년 3월 19일)까지 폭락했다. 2020년 3월, 외국인 투자자들은 21거래일 동안 12조 5550억 원을 순매도했다. 또 같은 기간 개미들은 11조 1869억 원을 순매수해 사실상 외국인의 매도 물량을 그대로 받았다.
‘우량주를 싸게 살 절호의 기회’라는 분위기와 함께 저금리, 부동산 규제 등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넘쳤기 때문이다. 동학개미운동은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세를 막아내 주식시장을 안정시켰다는 부분에서 인정받고 있다.
다만 ‘단기 고수익’을 목표로 철없이 뛰어든 개인이 많다는 점에서 우려도 나왔다. ‘빚투(빚내서 투자) 등의 무리한 투자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식 전문가들의 경고가 무색할 정도로, ‘한방’을 노리고 빚투를 시작한 개미들도 적지 않았다.
◆힘 빠져 가는 개미들
최근들어 국내주식시장에서 큰 손으로 불리던 개미들의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올 초만 하더라도 사상 첫 코스피 3000 시대를 이끌었지만 금융당국의 대출조이기 등으로 자금줄이 마르면서 거래규모가 줄고 있다.
올 초 3000선을 넘은 코스피는 1분기(6.54%)와 2분기(7.68%) 오름세를 이어갔다. 6~7월에는 3300선을 세 차례나 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중앙은행(Fed)의 자산 매입 축소(테이퍼링) 이슈와 함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지수에 악영향을 줬다.
이달 들어 코스피지수 하락 폭은 더욱 커지며 약 6개월 만에 3000선을 밑돌기도 했다. 지난 6월 말 3296.68로 마감한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말 3068.82까지 주저앉았다. 3개월 새 230포인트 가까이 빠지며 3분기 마이너스 등락률(-6.91%)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20.16%) 이후 처음으로 분기 기준 마이너스 기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대출조이기로 개미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며 “박스권 증시가 이어지면서 개미들의 고민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주식시장 전망은.
증시 전문가들은 당분간 박스권(주가가 일정한 가격 범위 내에서만 올랐다가 내렸다가 하는 것)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며, 투자자들에게 시장을 관망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조언을 내놓는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올해 증시 전망에 대해 “박스권이라고 본다”고 했다. 그는 “큰 폭의 하락을 막는 이유로 아직 풍부한 유동성과 순환적인 경기회복, 내년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환경과 리오프닝 경제 기대”라며 “하지만 크게 오를 요인도 적은 것은 연준 통화정책 불확실성과 인플레, 금리상승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융위기 이후에 자산시장을 지탱했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저금리”라며 “미국의 통화정책이 바뀌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균열이 나타나기 때문에 시장은 조금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지금이 진바닥(주가가 상당히 많이 떨어져서 더 하락할 수 없을 만큼의 상황)이라기보다는 조금 더 불안한 움직임이 아닐까 한다”며 “이후 모습도 경기 자체가 둔화될 조짐이 있어 V자형 반등 모습이라기보다는 3000 내외에서의 박스권일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내년 주식 시장에 영향을 미칠 주요 요인으로는 우선 백신 보급과 경제 정상화를 꼽을 수 있다. 코로나19 백신이 보편적으로 보급되면서 생산 활동이 정상화돼 공급 차질 이슈가 점차 해소되고, 비용 인플레이션 우려도 완화될 것이다. 또 유가 상승의 배경이 되고 있는 공급 부족 우려가 진정되며 유가 상승 압력이 약화될 전망이다.
OPEC 플러스 산유국의 증산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도 시추공 수와 완결 유정이 증가해 산유량이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원유 재고가 꾸준히 감소해 재고 수준이 높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유가는 코로나 이전보다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내년 상반기 위드 코로나와 함께 내수가 개선되고 수출 실적이 양호하겠으나 하반기 경기 모멘텀 약화, 소비 둔화 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
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