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의 광장인문학] 겸(謙)하였는가? 만(慢)하였는가?

인문학교육연구소장

2021-11-07     금강일보

[금강일보] ▲겸손은 흥(興), 자만은 망(亡)
인간이 지녀야 할 덕목 중 으뜸 덕목은 무엇일까?

에베레스트산이 여러 산봉우리를 내려다보며 외쳤다.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높다.” 이 때 에베레스트산을 뒤덮고 있는 땅거죽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이보게 에베레스트 군, 잘 보게나. 자네는 내 아래에 있지 않은가.”

이렇듯 아무리 높은 산도 땅거죽 아래에 있어 땅거죽의 보호를 받는다. 에베레스트산과 같이 높은 부귀, 권세, 명예도 땅거죽 같은 겸손의 보호를 받지 않으면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 따라서 인간이 지녀야 할 덕목 중 으뜸은 겸손의 덕목이요, 또한 반드시 지켜야 할 덕목도 겸손이다.

70여 년 우리 헌정사에 10명의 전직 대통령 중 8명이 망명, 쿠데타, 암살, 감옥, 자살, 탄핵 등으로 비운(悲運)의 대통령이 되었다. 근본적으로 그들 모두가 겸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나같이 자기에게 겸손하지 못했고 국민과 역사 앞에 겸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기가 아니면 안 된다는 오만으로 물러날 때를 놓친 것이다.

역사 속 수많은 영웅호걸이나 경세가들이 큰 공적을 쌓고도 비명횡사 한 것은 공적을 쌓는 데는 성공했으나 자신을 다스리는 데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즉 겸손하지 못하였다.

▲산처럼 높아도 땅처럼 낮춰라
64괘(卦)와 384효(爻)로 된 주역이 인간에게 제시한 덕목은 ‘겸손’이라 하겠다. 겸손으로써 변화의 세상사에 대비하라는 것이다.

주역에서는 겸손을 땅(地) 아래 산(山)이 있는 상(象)의 지산겸(地山謙)괘로 설명하였다. 산처럼 높은 학덕이나 재능, 권세를 지녔더라도 땅처럼 낮다 생각하고, 또한 산처럼 높은 공을 세웠다 해도 땅처럼 낮추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이 산처럼 높이 여기더라도 자기 자신은 땅처럼 낮추는 것이다. 이런 말이 있다. ‘못났으면서 잘난 척하면 비웃음을 사고, 잘났으면서 잘난 척하면 미움을 사고, 잘났으면서 못난 척하면 호감을 산다.’

▲겸(謙)과 손(遜)
겸손(謙遜)의 사전적 뜻은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태도가 있음’이다. 주역에서는 겸(謙)과 손(遜)의 뜻을 따로 설명하였다.

겸(謙)은 지배자나 상사 같은 윗자리에 있는 사람이 피지배자나 부하같이 아래 자리에 있는 사람을 대하는 미덕을 말한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대할 때는 오만을 내려놓는 하심(下心), 자만을 비우는 허심(虛心)을 지녀야 한다. 또한 아랫사람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배려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으로 대하여야 한다.

손(遜)은 아랫자리에 있는 사람이 윗사람을 대하는 미덕을 말한다. 즉 공손(恭遜)이다. 유의할 것은 공손은 지나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공손이 지나치면 예가 아니다(過恭非禮)’ 했듯이 지나치면 아부가 되고 비굴이 될 수 있다.

겸손과 비굴은 다르다. 겸손은 내가 가득 찼기 때문에 잘 익은 벼이삭이 저절로 고개 숙여 지듯이 나를 낮추는 것이요, 비굴은 내가 모자라기 때문에 아부하기 위해서 나를 낮추는 것이다.

▲겸손의 3가지 이익
겸손하면 이익을 얻고, 자만하면 손해를 본다(謙受益, 慢招損) 했다. 자만하면 손해를 보지만 겸손하면 3가지 이익을 얻는다.

하나, 자신에게 겸손하라. 그러면 자기발전을 한다. 가득 찬 항아리에 더 이상 물을 담을 수 없듯이 자만이 가득차면 그것에 만족하여 더 이상의 발전을 이룰 수 없다. 언제나 세상사를 배움터로 여기고 세상 사람을 스승으로 삼아 배우는 자세로 살아간다면 끝없는 자기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언제나 겸손한 마음으로 자신을 성찰하면 자신의 허물이 보이게 되고 그것을 통하여 자기를 반성하고 고치게 되어 새롭게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둘, 남에게 겸손하라. 그러면 신뢰와 존경을 받는다. 인간관계에서 신뢰와 존경은 최고의 가치다. 바로 겸손에서 나온다.

셋, 세상사에 겸손하라. 그러면 명예를 지키고 닥쳐 올 화(禍)를 피할 수 있다. 명예를 지키지 못하고 화(禍)를 당하는 것은 세상사에 겸손하지 못하고 교만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상사는 겸손으로 흥(興)하고 교만으로 망(亡)한다 하였다.
이처럼 겸손은 지녀야 할 모든 덕의 으뜸인 원덕(元德)이요, 모든 일을 통하게 하는 형덕(亨德)이요, 모든 것을 이롭게 하는 이덕(利德)이요, 곧고 바른 정덕(貞德)이다.

▲있을 때 잘 해
주역에서 겸(謙)은 윗사람이 지녀야 할 덕목이라 했다. 따라서 겸손은 있는 자의 덕목으로서 있을 때 잘해야한다. 부귀영화, 권세, 명예, 성공을 누리고 있을 때 그것들을 사회를 이롭게 하는 데 써야 한다. 또한 그것들을 여러 사람들에게 베풀어야 한다. 이것이 있을 때 잘하는 것이요 겸손인 것이다.

▲그렇다. 누구나 겸손을 좋아한다. 그러나 내가 겸손하기는 쉽지 않다.

<인문학교육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