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부자 사유담(史遊談)] 새해 독서 ‘징비록’

김기옥 사유담협동조합 이사

2022-01-04     금강일보
김기옥 사유담협동조합 이사

[금강일보] 코로나로 인하여 전쟁보다 힘든 시절을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입니다. 올해는 대선이 있는 해입니다. 누가 우리를 위해 미리 대비하여 난을 평정하고 태평성세를 가져다 줄까요? 알 수 없지만 그때 임진왜란 중에 류성룡의 ‘징비록’을 읽기에 좋은 시절은 맞는 것 같습니다.

역대급 서적이 징비록입니다. 선조수정실록에는 ‘제 몸의 묻은 똥은 보지도 못하고 남의 몸의 재만 지적한다’는 취지로 글을 남기지만 류성룡의 일대기는 수정실록이 아닌 선조실록을 보셔야 합니다. 남인이었던 류성룡은 급진주의자였던 북인들을 끔찍히 싫어합니다.

선조실록은 북인들이 남겼고 류성룡에 긍정적일 수가 없었겠지요? 그러나 찬사가 쏟아집니다. 정적이라도 옳은 결정을 이끌어 나간 류성룡을 인정한 것입니다. 북인은 광해군이 몰락하면서 역사에서 사라지지만 그들은 진보 중에도 진보였습니다.

이렇게 차갑고 이렇게 따뜻한 보고서는 어쩌면 다른 세상에도 없을지 모릅니다. 처칠의 제2차 세계대전 회고록에 비교하는데 그것은 류성룡에게 실례입니다.

나라면 ‘왜놈나라’라고 했을 부분에서도 일본국이라 지칭하고, 어느 순간에도 조선을 반성합니다. 그러나 도요토미 히데요시만큼은 결코 지도자(관백)로 부르지 않고 추장(관추)으로 부릅니다.

일본에 시찰을 다녀와 큰 일이 일어날 거라는 황윤길의 뜻을 꺾고 별일 없을거라 말했던 김성일을 지적합니다. 둘은 같은 스승 밑에서 형제와 다름없이 자란 사이였습니다. 전쟁을 직감하고 류성룡은 권율, 이순신을 등용합니다. 두 사람이 육지와 바다를 막아낸 것은 임진왜란 승리의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무기를 손보고 군사체제를 살피는데 이 상태로는 싸우나마나한 전투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럼에도 국방부장관으로서, 재상으로서 선조가 해야할 일까지 온몸으로 막아냅니다. 그 지행병일은 드라마틱합니다. 각 부분에서 류성룡의 선택은 적중했고 전쟁 후 왜적은 물러났습니다. 그러나 자신 때문에 이순신은 죽었고 자신도 겨우 목숨만 구했을 뿐 사회적으로 죽은 것과 같았습니다.

류성룡은 징비록에 ‘난중의 일은 부끄러울 따름이다’라고 적습니다. 전쟁의 책임은 왜군이 아니라 준비하지 못한 조선에 있다는 정확한 결론을 짓습니다. 그러면서 또다시 본인 스스로를 돌아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대처에 대한 자신감도 있습니다. 한·중·일의 전쟁이었고 가장 객관적 보고서는 일본에서 대유행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특이하게도 잊힙니다. 일본에서는 임진왜란 관련 최고의 보고서로 채택하여 곱씹고 곱씹습니다.

일본판 조선 징비록에 일본인 가이바라 엣켄의 서문에는 ‘전쟁을 너무 좋아하는 것과 전쟁을 잊는 것 모두 경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도요토미 가문은 전쟁을 너무 좋아했기에 망했고, 조선은 전쟁을 잊었기에 망할뻔 했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어 류성룡이 징비록을 적은 것에 대한 찬사와 함께 ‘이 책은 기사가 간결하고 말이 질박하니 과장이 많고 화려함을 다투는 세상의 다른 책들과는 다르다. 조선 정벌을 말하는 자는 이 책을 근거로 삼는 것이 좋다. 실록이라 할 만하다’고 적고 있습니다. 응당 조선이 해야했고 선조가 해야했을 전쟁에 대한 책임을 류성룡이 해두고 떠났습니다. 결자해지라고 해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