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칼럼 - 길을 걷다] 타르튀프와 아르파공은 지금도 여전히
탄생 400주년, 몰리에르가 그린 인간
[금강일보]
#. 타르튀프 - 영원한 위선자의 표상
파리의 부유한 부르주아 오르공은 용기 있고 지혜로운 사람이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아집과 망상, 편견에 사로잡혀 타르튀프라는 인물을 신앙지도자라는 명목으로 집안에 불러들인다. 겉과 속이 완전히 다른 위선자 타르튀프의 행태를 가족 구성원이 알게 되지만 오르공만이 모르는 가운데 타르튀프의 악행은 나날이 더해간다. 신앙을 앞세워 자신을 포장하고 그럴듯한 언변으로 오르공을 회유하면서 급기야는 안주인에게까지 마수를 뻗친다. 가정은 와해 위기에 처한 가운데 오르공은 타르튀프에게 전 재산을 주기로 하고 자기 딸과의 결혼을 서두른다. 결국 타르튀프의 위선이 드러나고 쫓겨날 상황에서도 타르튀프는 억지와 협박으로 버티지만 오르공의 충성심을 알고 있었던 국왕은 타르튀프를 체포하도록 하고 위기일발의 가정은 평화를 되찾는다.
#. 아르파공 - 우둔과 인색함의 끝은 어디인가
지참금 없이 딸을 결혼시키려고 노인에게 시집보낼 생각을 할 만큼 아르파공은 인색한 아버지다. 자신도 결혼하려 하는데 아들이 사랑하는 여성임을 알고 아들을 증오한다. 극도로 인색한 수전노의 행태는 인간의 인색과 탐욕의 극한을 보여주면서 이런 복선 저런 반전을 거치면서 극은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그러나 아르파공의 욕심과 우둔함은 끝내 그다지 달라진 것이 없다.
#. 몰리에르 희극 400년 - 인간을 그리다
1622년에 태어난 프랑스 희곡작가이자 배우, 연출가인 몰리에르의 여러 작품들은 지금도 파리 코메디 프랑세즈 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이런 생명력의 바탕에는 ‘인간성’에 대한 몰리에르의 믿음이 여전히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인간성은 선한 것으로 간주한다. 인간의 본성을 억누르고, 추악한 가면을 쓰거나 우스꽝스럽게 변형하는 것 모두 올바른 삶과 인간관계를 거스르는 일이라고 작품 하나하나를 통하여 역설한다.
몰리에르 시대로부터 4세기가 흘렀다. 시간과 공간은 변했지만 그가 창조한 여러 인간상은 지금도 여전히 살아 숨쉰다. 특히 아둔한 인색함, 위선의 탈을 쓰고 버젓이 군림하는 이중인간, 사람과의 교류를 회피하는 인간혐오자들을 무대에서 보면서 관객들은 웃는 동안 왜곡된 인간성과 악의 현존을 실감한다. 코미디를 통하여 인간성이 지향할 바를 스스로 깨우치게 하는 몰리에르 연극은 그래서 지금도 여전히 공감대를 넓히고 있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