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줏값 인상發 자영업 경기침체 심화되나

손님 끊길까 술값·음식값 인상 ‘눈치게임’ “술값 오르면 ‘홈술’↑ 매출저하 가중”

2022-02-22     박정환 기자
사진=연합

[금강일보 박정환 기자] #. 대전 중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윤 모(55·여) 씨는 최근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바로 술값 때문이다. 주류 판매가 주 수익원인 호프집 특성상 원가 부담이 커지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소줏값을 올려야 할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손님들의 발길이 끊길까 한숨만 늘고 있다. 그는 “안주보다는 술 위주 장사인데 안줏값을 올려봐야 의미가 크지 않고 술값을 건드리자니 ‘돈독 올랐다’는 쓴소리만 들을 것 같아 쉽게 답을내리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소줏값 인상발 자영업 경기침체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술값을 올리자니 손님이 끊길까 걱정되고 안 올리자니 원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시민들이 식당 술값에 부담을 느껴 집에서 술을 먹는 ‘홈술’이 늘어날 경우 매출 저하가 심화될 수 있다는 공포마저 나오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23일부터 소주 제품의 출고 가격을 7.9% 인상한다. 구체적으로 ‘참이슬 후레쉬’, ‘참이슬 오리지널’ 360㎖ 병 출고 가격을 기존 1081.2원에서 1163.4원으로 82.2원 올리기로 했다. ‘진로’도 오른다. 소비자 부담은 최소 500원~1000원 뛸 전망이다. 주류의 경우 제조업체의 출고가가 오르면 도매업체의 납품 단가도 오르는 생태적 특성 때문이다. 현재 소줏값 인상 총대를 하이트진로가 멘 모양새나 장기적으로 봤을 시 대부분의 주류업체들도 소줏값을 올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소주의 원료인 주정 값이 지난 4일 이미 7.8% 오르면서 주류 원가 부담이 현실화되고 있는 까닭에서다.

대한주정판매는 과세 주정 200ℓ들이 한 드럼의 가격을 종전 36만 3743원에서 39만 1527원으로 7.6% 올렸으며 미납세 및 면세 주정도 드럼당 35만 1203원에서 37만 8987원으로 7.8% 올랐다.

이에 지역 주류업계도 고심 끝에 소줏값 인상을 결정한 상태다. 지역 주류업계 관계자는 “조만간 소줏값을 7.9% 인상할 예정이다. 주류 제조 원가 부담이 장기화된 데 따른 고육지책으로, 지역민들께서는 너그러이 이해해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자영업계는 한마디로 ‘진퇴양난’ 상황에 놓였다. 사회적거리두기로 인한 피해에 더해 주류 값이 오르자 원가부담과 손님잡기 사이에 껴 발만 구르고 있다.

대전 서구 한 국밥집 사장 여 모(52) 씨는 “식당 수요 자체가 줄어들어 경영난이 심각한데 수익을 내자고 술값을 건드리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올리지 않으면 매출 저하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식당 술값이 전반적으로 오를 경우 소비자들의 최근 트렌드인 ‘홈술’ 심리를 자극해 자영업계 경기 침체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장수현 대전상권발전위원회장은 “요식업계 매출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주류 판매다. 업소용 주류 값이 오르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정용 주류로 수요가 옮겨갈 테고, 결국 자영업계 매출하락이 심각해질 수 있다. 주류 제조 원자재 등의 물가잡기와 관련된 대책 마련이 시급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정환 기자 pjh@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