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민속학적 의미로 본 임인년

신상구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

2022-02-24     금강일보

[금강일보] 2022년(단기 4355년)은 검은 호랑이의 해인 임인년(壬寅年)이다. 임(壬)은 아홉 번째 천간(天干)으로 오행을 상징하는 5가지 색깔 중 검은색을 나타낸다. 우리 고문서에 나오는 호랑이는 4신(神) 즉 청룡(靑龍 : 東), 백호(白虎 : 西), 주작(朱雀 : 南), 현무(玄武 : 北) 중 유일하게 실제로 존재하는 동물이다. 인(寅)은 십이지 가운데 세 번째 동물로 호랑이를 나타내고, 음양오행상 양(陽)과 목성(木性)에 들어 있다. 시간은 새벽 3시부터 5시 사이이고, 달로는 1월에 해당하며, 방위로는 동북쪽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 호랑이는 잡귀들을 물리치는 신성한 영물로, 재난을 몰고 오는 난폭한 맹수로, 은혜를 갚을 줄 아는 의리 있는 동물로, 때론 골탕을 먹일 수 있는 순진하고 어리석은 동물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과거에 호랑이가 많이 서식한 바 있어, 민담(民譚)과 민화(民?)를 비롯해 문학작품에까지 호랑이가 많이 등장했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우리나라를 호담지국(虎談之國)으로 불렀으며 중국문헌인 후한서 동이전(後漢書 東夷傳)에도 호랑이를 신으로 받들어 제사를 지내는 나라라고 소개하고 있다. 삼국유사(三國遺事) 단군사화에도 ‘곰과 호랑이가 사람이 되도록 환웅(桓雄)에게 빌어 곰은 쑥과 마늘을 먹고 신의 계율을 지켜 사람이 됐고, 호랑이는 그러하지 못했다‘고 기록돼 있다.

정초에 호랑이 그림을 대문에 내다 붙이거나 부적(符籍, talisman)을 그려 넣기도 하고, 조정에서는 쑥범(쑥으로 만든 범)을 만들어 신하들에게 나눠졌으며 무관의 관복에 용맹의 표상으로 호랑이 흉배를 달아주기도 했다. 글을 아는 선비들도 필통이나 베개 등에 즐겨 호랑이를 새겨 넣었으며 자식의 입신양명을 위해 산방에 호랑이 그림을 붙여놓기도 했고, 기가 약한 사람에게는 호랑이 뼈를 갈아 먹이는 한방요법도 있다. 그런가 하면, 장가 갈 때 새 신랑이 호신장구로서 장도나 주머니에 호랑이 발톱을 달거나 허리에 차기도 했다.

호랑이의 가죽과 수염도 신령한 힘이 있다고 해 호신물(護身物)로 차고 다녔으며, 여인네 장신구나 장식품에도 호랑이를 새겨 넣기도 했다. 심지어 무덤 주위에까지 능호석(陵護石)으로 세워 망자의 명복을 빌기도 했다.

호랑이 형상으로 묘사되는 한반도에는 호랑이 관련 지명이 389개에 달하며, 전남이 74개로 가장 많다. 경북 71개, 경남 51개가 그 뒤를 잇는다. 충청지역의 경우 대전 5곳, 충남 41곳, 충북 11곳이 호랑이와 관련된 지명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