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칼럼 - 길을 걷다] 멋진 용도변경, 멋진 용도추가
아산 환경과학공원 그린타워
[금강일보] 농어촌이나 도심지에서 떨어진 한적한 지역에 카페가 많이 들어서고 있다.
주로 공장이나 창고, 정미소 같은 시설이 가동을 멈추고 난 공간에 별다른 개조나 보수 없이 최소한의 보완으로 개업하고 있다. 처음에는 다소 어색했지만 SNS를 타고 이름을 알리면서 많은 곳이 이른바 핫 플레이스가 되었다.
업소의 입지조건이 성패를 가늠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말은 이제 옛 이야기가 된 듯도 싶다. 인터넷의 영향력 그리고 승용차 보급으로 어지간히 외진 곳도 어떤 포인트로 주목을 끌면 명소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호기심도 그렇고 비교적 여유 있고 널찍한 공간 활용, 천정이 높아 시원한 데다 빈티지 인테리어가 젊은 층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이런 용도변경, 재활용 업종전환 추세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세계적으로 이미 1980년대부터 트렌드를 형성하여 크고 작은 시설, 공간이 뜻밖의 용도로 쓰이는 발상의 전환은 21세기 들어서도 여전히 유용해 보인다. 날로 장대화되는 열차 길이를 수용하지 못하여 폐기된 기차역을 개조하여 19세기 인상파 전문 전시관으로 일약 세계적인 명소가 된 파리 오르세 미술관, 쇠퇴한 철강산업으로 인하여 피폐해진 도시환경을 바꾸어 놓은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문화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선순환 효과를 일컫는 빌바오 효과라는 용어까지 만들어 냈다.
화력발전소가 공해문제로 운영을 중단, 방치되었다가 20년 만에 현대 미술관으로 새로 태어난 영국 런던 테이트 모던 미술관도 대표적이다. 고정관념을 깬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가져온 성공사례는 이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허다하다.
개인의 소규모 업소로부터 국책사업 단위에 이르기까지 전환과 탈바꿈, 용도변경 그리고 재활용이라는 사고의 전환은 앞으로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이런 사례는 대부분 기존 쓰임새로는 더 이상 유지가 어려워 전혀 다른 목적으로 재탄생되는 경우인데 처음부터 미래지향적인 안목으로 여러 용도, 다양한 목적으로 설계하여 운영한다면 더 높은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지 않을까.
충남 아산시 실옥로 환경과학공원에 세워진 그린타워<사진>는 150m 규모, 아파트 50층 높이로 쓰레기 소각장 굴뚝이다. 모두에게 필요한 시설이지만 님비현상으로 기피 대상이 된 쓰레기 소각장, 그 굴뚝은 대체로 부정적인 인식롸 인상으로 자칫 도시의 흉물로 자리매김하기 쉬운데 조성 당시 이 탑에 전망대 기능을 추가하여 도시를 조망할 수 있는 관광위락명소로 발돋움하고 있다.
쓰레기 소각과 관광이라는 이질적인 두 요소를 결합시킨 아이디어는 칭찬받을 만하다. 주위에 조성된 건강문화센터, 생태곤충원, 장영실과학관 등 교육문화시설과 함께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심을 수 있을 것이다.
기존 시설물의 용도를 변경하고, 재활용하려는 노력이 긍정적이고 전향적인 조치라면 조성 당시 미리 여러 활용방안을 궁리하는 노력은 한발 더 나아간 미래지향의 발상으로 후하게 평가될 듯싶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