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운의 우문우답] 4만 달러 시대의 준비

한국안드라고지연구소장

2022-07-06     금강일보

꿈이라고만 여겼던 국민 1인당 GDP 3만 달러 시대를 살고 있다. 국제기구 IMF(국제통화기금)가 인정한 선진국이다. 3만 달러 시대에 앞서 1만 달러나 2만 달러를 달성했을 때도 기적이라고 자축하며 감탄했다. 이제는 4만 달러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환율과 국제경기 등 변수가 많지만, 수년 후면 1인당 GDP가 4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본다. G7 국가가 3만 달러에서 4만 달러 시대를 맞는 데 대략 5년가량이 걸렸다. 물론 가만히 앉아있다고 다가올 4만 달러 시대가 아니다. 사회적 변고가 없는 가운데 각고의 노력 뒤에 이룰 수 있는 목표다.

개인소득 4만 달러 시대가 오면 이 사회가 어떤 변화를 겪게 되고, 우리 삶은 어떻게 변화하는지 궁금했다. 우리는 4만 달러 시대를 앞두고 어떤 마음가짐과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지 궁금했다. 포털에 ‘4만 달러 시대’라는 검색어를 적어 넣고 이것저것 탐색해보았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답은 찾을 수 없었다. 온통 생산력을 끌어올려 몇 년까지 가야 한다는 내용 일색이다. 다분히 목표지향적이고 성과지향적이며, 생산지향적인 내용뿐이다.

우리는 알고 있다. 돈만 많다고 상류층이 아니라는 사실을. 개인이 그러하듯 국가도 그러하다. 생산성이 높고 소득수준이 높다고 해서 선진국이라고 규정할 수는 없다. 국민 다수가 선진국에 걸맞은 의식을 가져야 온전한 선진국이 된다. 생산성을 높여 수출을 극대화하고 국부를 얻어 소득만 올린다고 의식이 선진화하는 것은 아니다. 자료 검색을 하면서 우리 대부분이 수치에 집착하며 4만 달러 시대를 준비할 뿐, 내면의 성장을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소득을 올리는 것 외에 우리가 4만 달러 시대를 맞아 준비해야 할 사항은 참으로 많다. 노령화로 인해 노동 인력은 감소할 것이고, 출산율 저하로 전체 인구도 감소를 이어갈 것이다. 인구감소로 인해 대학을 비롯한 상당수 고등교육 기관이 사라질 것이다. 복지 수요 증가로 인한 재정 악화가 현실이 될 수 있고, 이주노동자의 수는 현재와 비교할 수 없이 늘어날 것이다. 그러면서 지금껏 토착화하지 않은 여러 소수종교도 몰려올 것이다. 기후위기 상황은 날로 심각해져 제조업 국가인 대한민국은 국제사회로부터 많은 환경 문제 관련 요구를 받을 것이다.

해결할 역량을 키우고 지금부터 대책 마련에 나서지 않으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소득수준이 올라가고 국격이 상승하면 그만큼 국제사회에 행할 의무도 다양해진다. 국가를 향한 국민의 요구도 확대할 것이다. 어쩌면 이런 사회적 요구를 준비하는 것이 생산성을 늘려 소득을 끌어올리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요구에는 별 관심이 없고 오로지 4만 달러라는 수치에 몰입하고 있는 듯하다.

이미 4만 달러 시대를 맞은 국가는 국가 안보를 스스로 해결하고 있다. 동맹국의 군사지원에 의지하기보다는 스스로 자주국방의 태세를 굳건히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린 아직 그럴 준비가 미흡해 보인다. 또한, 4만 달러 시대를 살아가는 국가는 식량의 자급자족 문제도 해결했다.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의 식량 자원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기후위기가 심화하면 식량은 무기보다 더한 안보자원이 될 것이 뻔하다. 식량의 자급화는 다른 어떤 문제보다 중요하지만 우린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3만 달러 시대까지 이르렀으니 시간이 지나면 4만 달러 시대에도 무난히 진입할 것으로 본다. 3만 달러 시대가 선진국의 문턱을 넘어서는 단계라면 4만 달러 시대는 진정한 선진국으로 인정받는 단계이다. 그렇지만 4만 달러 시대에 관한 우리의 준비는 참으로 미흡해 보인다. 좀 더 스펙트럼을 넓혀서 다각적인 시선으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사회 전반의 안정이 필요해 보인다. 돈 말고도 소중한 가치는 얼마든지 있다. 그걸 깨쳐야 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