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운의 우문우답] 대통령만 만만한 나라
논설위원
2022-08-31 금강일보
인터넷을 통해 개인방송을 비롯한 개인 공간이 보장되면서 대통령 때리기는 표면화됐다. 이전처럼 술자리에서 수군대던 수준이 아니다.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대통령 때리기를 한다. 누구나 어디서나 대통령을 때릴 수 있는 세상이 됐으니 이전과 비교하면 ‘세상 참 좋아졌다’라고 말할만하다. 누구나 어디서나 대통령을 대놓고 욕할 수 있는 나라가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대통령만 때리면 그것이 민주주의고, 그것이 사회발전이냐는 것이다. 세상에 때려야 할 사람은 많은데 대통령 한 사람만 때리면 사회가 바로 가느냐는 것이다. 그것도 대부분 면전에서 때리는 것도 아니고, 뒷전에서만 때리지 않는가. 제대로 민주주의가 정착됐다면 면전에서 누구에게라도 할 말을 하고 살아야 한다.
대통령은 언제 어디서라도 때리지만, 정작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는 할 말을 못 하고 뒷말만 늘어놓아서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없다. 자연스럽게 할 말을 할 수 있는 사회는 수평적 구조가 정착돼야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를 살펴보면 다른 어떤 사회보다 수직적 문화에 사로잡혀 있다. 조직의 하부 구성원은 냉가슴만 앓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는 대통령을 때리면서 이 사회가 대단히 민주화되었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정작 자신의 신상에 영향력을 직접 행사할 키맨이 될 상사나 조직장에게는 제대로 할 말을 못 하는 분위기가 일반적이니 민주화되었다고 단정하기엔 갈 길이 멀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술자리에서 대통령을 때리는 게 전부가 아니다.
대한민국 사회는 위에서 아래로 지시하면 즉각 전달되는 상명하달 문화의 뿌리가 어느 나라보다 깊고 강하다. 하지만 반대로 아랫사람의 의견이 최고 결정권자에게까지 전달되는 일은 멀고 험하다. 첩첩의 단계를 거쳐 의견이 전달되고 그나마 대부분은 중간에 사장되고 만다. 듣기 좋은 소리, 아부하고 아첨하는 소리만 끝까지 전달될 뿐이다.
대통령을 마음 놓고 때릴 수 있게 됐다고 해서 민주주의를 완성했다고 생각하는 건 착각이다. 정작 내 신상에 직접적인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조직의 언로는 막혀있기 때문이다. 군대에서도,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구성원이 할 말을 하고, 그들의 요구가 즉각 전달되는 시스템이 완성돼야 진정한 민주주의가 완성된다. 그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