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일보-대전시 공동기획 : 2022 대전 청년을 말하다] 22.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대전 레이디스 여자야구단 김보미 씨
현직 체육교사에 야구 선수 겸업 바쁜 일상에 부상에도 꿈을 향해 전진 후배·제자에겐 ‘협동’ 정신 강조 멘토
영국 최상위 축구 리그인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를 27년간 이끌었던 전설적인 명감독 알렉스 퍼거슨은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말을 남겼다.
축구나 야구 등 단체스포츠에서는 뛰어난 선수 한두 명의 기량만으로 승리를 이끄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의미이다. 단체스포츠뿐 아니라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여러 명의 사람들로 구성된 조직 안에서도 이 말은 통용된다.
대전레이디스여자야구단에서 투수로 활동하고 있는 김보미(33·여) 씨 역시 협동과 협력의 자세를 강조한다. 현직 체육교사로 바쁜 일상 가운데서도 심각한 어깨부상을 입었음에도 묵묵히 야구선수로 활약할 수 있는 것은 감독과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후배들과 제자들에게 협동의 자세를 조언하는 김보미 씨로부터 야구선수로 활동해온 지난 15년간의 이야기와 향후 목표 등에 대해서 들어봤다.
◆ 취미활동으로 한 야구…에이스로 성장
올해 야구선수 15년차를 맞은 김 씨는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야구를 해본 적이 없다고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단체스포츠를 하고 싶었지만 진입 장벽은 꽤 높았단다.
당시 대학교와 일반인들의 동아리 스포츠 구성원들은 소위 운동 좀 한다는 남성으로 구성돼 있었던 만큼 단체스포츠를 함께 즐길 여성들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렇게 인터넷 커뮤니티 등지를 살펴보기를 수차례 김 씨는 여자야구연맹의 대전레이디스여자야구단 모집 공고문을 발견하게 됐고 곧바로 야구단에 지원해 정식 입단하게 된다.
취미생활로 시작한 야구였지만 선수생활은 험난하기만 했다. 주 포지션을 투수로 맡은 김보미 씨는 지난 2015년 심각한 어깨부상을 당하며 선수 생명에 큰 위기를 맡기도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임용고시까지 코앞이라 야구선수로 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까 진지하게 고민까지 했단다. 더욱이 고시생으로서 배고픔까지 더해 서러움은 배가 됐다. 그러나 김 씨의 곁에는 든든한 조력자들이 있었다. 김미진 대전레이디스여자야구단 감독과 중견수를 맡고 있는 홍순애 씨가 그를 도왔던 것이다.
“감독님과 언니에게는 정말 감사한 마음이 커요. 팀이 회식을 하는데 고시생으로 제 주머니 사정은 궁하잖아요. 그런데 두 분이 나서서 대신 회식비를 내주고, 제가 힘들 때 응원과 격려의 말을 해줬죠. 당시 그 고마움 결코 잊지 못할 겁니다.”
◆ 우수한 성적의 비결은‘협동’
대전레이디스여자야구단은 2021 울진 전국여자야구대회, 2022 울진 전국여자야구대회, 2022 경주 선덕여왕배 등 국내 내로라하는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휩쓴 우리나라 여자야구계 명실상부 최고의 팀이다.
강속구를 특기로 팀 우승의 주역 중 하나로 꼽히는 김보미 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팀 내 에이스다. 지난 2018년에는 여자야구 월드컵(WBSC)에서 우리나라 국가대표로 선발되기도 했다.
야구선수로 상당한 성과를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김 씨는 에이스라는 호칭에 겸연쩍게 손사래치며 중요한 건 협동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그가 협동의 정신을 강조하는 건 과거 얻었던 교훈이다.
언젠가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그는 동료들에게 인상을 쓰며 짜증을 내기도 했는데, 경기가 끝난 후 동료들로부터 “수비수들이 위축됐던 것 보이지 않느냐”는 질타를 받았다. 순간 김 씨는 아차 싶었단다.
이후 경기들에선 평정심을 찾고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니 경기가 너무 잘풀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WBSC에서 국가대표 활동 역시 협동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깨닫게 한 계기였다.
“WBSC에서 충격적이었던 건 서양 선수들의 커다란 덩치였습니다. 미국선수들의 경우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남성들을 능가하는 체격조건을 갖춰서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우승팀은 일본이었고, 이들은 여자야구 국제대회를 휩쓸고 있습니다. 만약 승리를 피지컬로 환산한다면 미국과 베네수엘라가 가장 유리할텐데, 왜 일본팀이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걸까요? 답은 협동이라고 생각합니다.”
◆ 여자야구 미래를 위한 제언
국제여자야구대회에서 일본의 우수한 성적 비결에 대해 김보미 씨는 끈끈한 협동이라고 분석하면서도, 우리나라 여자야구 발전을 위해선 정부의 방과후 스포츠 동아리 활동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현직 체육교사인 그의 눈에는 일본은 초중고 시절부터 방과 후 동아리 활동이 활성화돼 있는데, 이는 우수한 여자야구 선수 배출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각 지자체 등에서 야구 잔디구장을 적극적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대전의 경우도 마땅한 야구 잔디구장이 없어 시민들이 생활체육을 즐기기 어렵고, 이는 생활체육인 중심인 여자야구 발전에 한계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김 씨는 현재 여자야구단 코치를 목표로 알찬 하루를 보내고 있다. 체육교사로서 제자들에게 협동의 정신을 가르치고 있고, 후배들에게도 역시 이를 조언해주는 한편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여자야구 꿈나무들과 선수들에게 도움을 주는 세계적인 여자야구 코치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그들에게도 제가 배운 협동의 정신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신성재 기자 ssjreturn1@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