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부자 사유담(史遊談)] 차 한잔의 시간 8 - 티푸드 이야기, 쿠키

김기옥 사유담협동조합 이사

2022-12-20     금강일보

쿠키의 유래는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걸까요? ‘작은 케이크’를 뜻하는 쿠오레(cuore)입니다.

버터를 녹이고 설탕을 크림상태로 만들어 밀가루와 다양한 재료가 들어갑니다. 버터를 넣지 않고 설탕과 밀가루, 그리고 베이킹소다가 들어간 과자는 비스켓이라고 합니다. 쿠키에는 발효 과정이 없기 때문에 이스트를 넣지는 않습니다. 베이킹파우더, 소다는 부피를 키우지만 이것은 발효가 아니라 굽는 과정에서 가스를 발생시켜 부피를 키우는 것입니다. 덕분에 효모 냄새가 쿰쿰하게 나는 일은 없습니다.

말이라는 것이 여기저기 퍼지고 발전하면서 나라마다 이름과 그 유래가 조금씩 달라지기 마련인데 우리가 흔히 쓰는 쿠키는 미국식 표기법입니다. 만드는 방법은 반죽해서 잘라내거나 숟가락으로 떠내 굽기도 합니다. 짤주머니에 짜서 굽기도 합니다.

쿠키와는 조금 다르지만 영국에서는 비스킷이 있는데 19세기 초 나폴레옹의 군대가 비스케항구에서 대기하다가 식량이 떨어져 남은 재료라곤 밀가루밖에 없자 물에 반죽해서 잘게 떼 철판에 구워 먹은 것이 시초라고 합니다. 음식 문화에 나폴레옹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지역마다 출몰했던 탓에 새로운 문화의 전달역할을 톡톡히 한 듯 합니다.

이후 군대의 비상식량으로 널리 이용되기도 하면서 유난히 영국을 대표하는 과자로 발전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쿠키를 사블레(sablé)라고 부르는데 노르망디 지방에서 처음 만들어졌고 바삭바삭한 감촉이 느껴진다는데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샤브레는 ‘모레’라는 뜻이니 모레처럼 작은 알갱이가 부서진다는 뜻입니다.

유럽의 7월 22일은 성녀 마들렌의 날입니다. 마들렌(madeleine)은 작은 조개 모양을 하고 있는데 수확의 기쁨을 축하하고 성녀 마들렌에게 감사하는 명절에 먹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다른 유래도 있으니 마들렌을 처음 만들어 대접한 부인이 마들렌이었다는 설입니다. 1700년대 마들렌 포르미에(Madeleine Paulmier)라는 여성이 만들었다는 말입니다.

구워 먹는 행위를 구사하면서 고대부터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으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쿠키와 가장 근접한 최초의 물건은 기원전 7세기 경 페르시아 지역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건빵처럼 생긴 쿠키는 신기하게도 사막에서 지금까지 안전하게 보존돼 박물관에 있습니다. 그것이 유럽에 14세기에 전해졌고 18세기 프랑스대혁명을 거치면서 대중화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아메리카 대륙을 끝으로 쿠키의 세계여행은 갖은 향신료와 견과류가 들어가며 다양하게 귀천없이 누구나 즐겁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됐습니다.

한국에서는 조선말 고종 때 정동 러시아공사관을 통해 처음 소개됐고 한국전쟁 후 경제성장기를 거치면서 불어난 양과업계에 의해 널리 전파됐습니다. 언제부터 쿠키를 먹기 시작했느냐를 묻는 건 별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저는 시루떡을 찌던 엄마 옆에서 솥과 시루에 김이 새어나가지 않게 밀가루를 반죽해서 붙여두었는데 떡이 완성되면 떡보다 그 노랗게 구운 밀가루를 좋아했으니 그것도 어쩌면 조선쿠키의 시작입니다. 추운 겨울 밖에 나가는 것이 부담된다면 간단한 티푸드와 함께 한잔 드시며 세월을 낚아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