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밤도주’ ‘야반도주’ 바른말은?

2012-09-18     윤성국

‘집을 처분하려다가 일주일만 기다려 달라고 애원해 봐주었더니 어느새 집을 팔고, 가족 모두가 야밤도주했다.’

빚을 지거나 잘못을 한 사람이 다른 이들의 눈을 피해 밤에 몰래 도망가는 것을 흔히 ‘야밤도주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때 사용하는 바른말은 ‘야반도주(夜半逃走)’이다.

‘야반도주’는 ‘남의 눈을 피해 한밤중에 도망하다.’의 뜻이다. ‘야반(夜半)’은 말 그대로 밤의 반, 즉 밤의 가운데쯤이니 한밤중을 의미한다. 여기에다 ‘도망’을 뜻하는 ‘도주(逃走)’가 붙어 ‘야반도주’가 된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한밤중에 도망을 갔다는 사실에 집착하면서 ‘야밤도주’로 잘못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야밤(夜밤)’은 ‘깊은 밤’을 뜻하는 말이니 야밤에 도망을 간 것은 ‘야밤도주’가 맞는 것이 아니냐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야밤’은 ‘야(夜)’에다가 순우리말 ‘밤’이 붙은 말이어서 한자어로 된 사자성어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야밤’을 굳이 사용하고 싶어 무엇인가 아쉽다면 ‘야밤에 술 먹고 돌아다니지 마라.’처럼 ‘야밤’을 사용하면 된다.

요즘 연이은 성범죄 발생으로 세상이 시끄럽다. 몹쓸 짓을 하고 야반도주하는 성폭행범의 마수에 걸려들지 않도록 특별히 주의를 해야 하며, 관계 당국도 성폭행 범죄의 예방과 범인 검거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본사 상무/충남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