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칼럼-길을 걷다] 같은 이름, 바닷가 두 도시

경남 고성과 강원 고성

2023-05-15     금강일보

도로명 주소제 실시로 단기간에 전국의 많은 길 이름을 만드느라 중복되는 지명이 허다하다. 길 이름 앞에 시, 군, 구 이름이 붙기 때문에 큰 혼동은 거의 없겠지만 예전 동(洞)이나 리(里) 이름에 얽힌 역사성과 독특한 문화적 가치가 줄어들어 아쉽다. 대로, 로, 길 같은 규모에 따른 명칭부여로 획일적이 되어버린 느낌을 주는 길과 지역 이름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관심 있게 살펴보면 같은 이름을 쓰는 다른 고장이 적지 않다. 외국에서는 이런 경우 주변의 강 이름 같은 자연환경을 끌어들여 구분하기도 한다. 독일 프랑크푸르트는 두 곳이 있는데 우리가 잘 아는 대도시 프랑크푸르트의 정식명칭은 프랑크푸르트암마인으로 마인 강을 덧붙였다. 폴란드에 인접한 작은 도시 프랑크푸르트는 프랑크푸르트안데어오데르라는 다소 긴 이름으로 오데르 강을 추가하여 구별한다. 프랑스에서도 강이나 그 지역에서 일어났던 전투 같은 역사적 기록을 도시이름 뒤에 붙여 서로 구분하는데 파리 근교에는 이브리 쉬르 센이 있고 노르망디 지역에는 이브리 라 바타이유가 있다. 이와 같이 규모나 역사 배경이 다른 지역이 같은 이름을 쓸 경우 구별짓는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곳에서 같은 지명을 꽤 많이 찾아본다. 동, 리 단위의 작은 규모 공동체 이름은 예외로 하더라도 인구가 밀집한 서울에서 신사동이 은평, 관악, 강남구 세 곳에 있고 대덕이라는 이름은 대전시 대덕구, 전남 장흥군 대덕읍, 경북 김천시 대덕면 그리고 경기도 안성시 대덕면 등 여러 지역에 산재한다. 사곡면도 충남 공주, 경북 의성 등지에 있고 광주는 광주광역시와 경기도 광주시가 있지만 크게 혼동이 되지는 않는 듯하다. 구(區)나 면(面) 이름에 동서남북을 붙이는 곳은 전국 곳곳에 허다하다.

강원 고성 화진포, 호숫가에 해당화가 만발하여 붙여진 이름. 사진=강원 고성군 누리집

같은 기초지방자치단체면서 동일한 이름을 쓰는 곳으로는 경남 고성군과 강원도 고성군이 대표적이다. 각기 固城, 高城으로 다른 한자를 사용하고 발음도 장음, 단음으로 구분된다. 정부기관이 사용하는 도메인 goseong.go.kr을 경남 고성이 사용하면서 강원 고성은 부득이 goseong.org를 쓰게 되었는데 그 후 gwgs.go.kr로 강원을 덧붙인 약자를 사용하면서 복귀했다. 두 도시는 우호교류 협정을 맺어 사이좋게 상생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고 한다.

강원도 최북단에 위치한 고성군은 면적의 절반 정도가 종전 북한에 위치한 분단의 현장으로 동해안 절경과 여러 유적이 있는 관광지로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수도권 등 인구밀집지역으로부터 원거리여서 찾는 발길이 상대적으로 적다지만 때 묻지 않은 자연환경의 매력은 도로, 교통망의 발전에 힘입어 이 지역의 잠재력을 담보하고 있다.

경남 고성 당항포관광지 한반도공룡발자국화석관. 사진=경남 고성군 누리집

경남 고성은 남해안에 위치하고 있으나 산과 구릉지가 많고 고성평야를 이루고 있는 독특한 환경으로 공룡발자국 화석이 남아있어 흥미로운 관광콘텐츠로 관심을 끌고 있다. 주변 여러 지역 해양관광지와 연계하여 각기 변별력을 집약하면서 문화관광 클러스터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각기 국토 최북단과 남쪽에 자리 잡은 같은 이름의 바닷가 두 도시가 모쪼록 생태환경을 유지하며 새로운 시대, 관광 패러다임을 선도하며 활력 넘치는 지역견인의 중심지로 발전하기 바란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