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운의 우문우답] 스스로 옭아매지는 말아야지

논설위원

2023-07-12     금강일보

나는 얼마나 자주적인 사람인가 생각해보았다. 내가 얼마나 내 가치관에 충실하게 살아가고 있는지 점검해보았다. 과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있는지, 내가 가치를 두는 일에 매진하고 있는지 평가해보았다. 남들이 인정해줄지 몰라도 스스로 비교적 후한 점수를 주었다.

적어도 내 의지대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주위에서 지켜본 사람들과 견줄 때 비교적 내 의지에 충실할 뿐 근본적으로는 나 역시 세상의 굴레와 억압을 과감히 집어 던지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음을 인정한다. 그것은 생각같이 쉬운 일이 아니다.

모든 굴레와 억압에서 완전히 벗어나 사는 방법 중 한 가지는 산속에 들어가 자연인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2012년 첫 방송을 시작으로 10년 넘는 장수프로그램의 반열에 올라선 종합편성채널 MBN의 ‘나는 자연인이다’는 지금까지 꾸준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특히 중장년 남성이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로 꼽힌다.

중장년의 남성이 ‘나는 자연인이다’에 매료돼 열성 팬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것은, 어떤 구속과 억압이 없는 상태에서 자기 영혼을 따라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는 자연인에 대한 동경심에서 비롯된다. 실제로 그 프로그램에 영향을 받고 자기 영혼을 찾아 자연인 생활을 시작하는 이들이 꽤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삶을 택하는 이는 지극히 일부일 뿐, 대부분은 동경의 대상으로만 남겨둔다. 마음속에 간직하고만 살 뿐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현실은 그만큼 냉혹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가족을 비롯한 주변인을 외면할 수 없으니 구속과 억압을 과감히 벗어던지지 못한다.

2100년 전 인물인 중국 한나라의 역사학자 사마천(BC145~BC86)은 삶의 억압을 비교적 명료하게 정리했다. “자기보다 재물이 10배 많은 사람은 헐뜯고, 100배 많은 사람은 두려워하고, 1000배 많은 사람에게는 고용 당하고, 10000배 많은 사람의 노예가 된다” 2100년 전의 인물이 한 말이지만, 세상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풍요롭게 먹고살 수만 있다면 노예가 되는 것쯤은 달게 받아들이는 인생의 길을 택하는 이가 참으로 많다. 내가 무얼 하고 싶은지, 내가 지향하는 가치관이 무엇인지 아랑곳하지 않고, 시키는 일만 하면서 나를 고용한 이에게 온갖 아양을 떨며 사는 게 옳다는 확신을 가진 이들이 주위엔 너무 많다. 생존이 영혼보다 중요하다는 가치관을 가졌기 때문이다.

산업사회 이후 정해진 시간에 출근과 퇴근을 하고, 싫지만 해야 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 보상으로 생존을 꾸려나가며 재물을 조금씩 늘려가는 것이 행복이라는 최면에 걸린 사람이 참 많다. 한발 더 나아가 자식에게도 자신과 같은 삶을 살라고 주문하는 이들이 다수다. 꿈을 꾸라고 주문하는 부모보다 안주하고 순응하라고 가르치는 부모가 월등히 많다.

그러나 그런 부모조차 죽음 앞에서는 자신의 영혼에 충실한 삶을 살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죽기 전에 ‘더 자유롭게 살걸’하고 후회해봐야 소용없는 일이다. 용기를 내어 내 생각대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게 중요하다. 한 번쯤 내가 현실의 벽에 부딪혀 영혼을 포기한 채 자신을 스스로 옭아매는 삶을 살고 있지 않은지 진단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