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중소기업 대탐방:대전 강소기업들] 통계로 삶의 질 제고… ㈜누림소프트

국가통계통합DB 구축사업 참여로 창업 시작 김근용 이사 만나 水魚之交 맺고 고속 성장 50억~60억 매출 기록하며 안정적 단계 안착 “통계는 사람 위한 것… 회사도 인력 우선”

2023-07-17     김현호 기자
▲ 박상진 ㈜누림소프트 대표이사(오른쪽)와 김근용 이사. ㈜누림소프트 제공

통계는 모든 것의 시작이다. 어떤 사건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현황을 조사해야 하고 현황을 살피려면 전수조사가 선제돼야 한다. 이를 통해 어떤 식으로든 방안이 탄생한다. 그렇기에 통계는 굉장히 전문적이어야 하고 날카로운 분석력까지 갖춰야 한다. 그러나 통계는 때론 인간적이어야 한다. 통계정보를 접하는 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통계시스템에 특화된 IT 전문기업인 ㈜누림소프트는 ‘사람이 먼저’다. 사명 역시 ‘모두 함께 누리는 회사’라는 뜻은 이들의 철학을 말해준다. 누림소프트가 앞으로 걸어온 길과 앞으로 걸어갈 길을 박상진(57) 대표이사와 김근용(50) 이사로부터 들었다.

◆고된 사회생활서 만난 인연

사실 모든 기업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건 아니다. 박 대표의 누림소프트 역시 그렇다. 박 대표는 원래 서울에서 지금의 누림소프트와 비슷한 서울의 대형 IT 관련 직종에서 일하던 직원이었다. 그러다 관리자란 명목으로 대전으로 내려와 혼자 지냈는데 샐러리맨이라면 한 번씩 해본다는 ‘언제까지 이 일을 해야 할까’, ‘나의 미래는 회사의 부품인가’라는 고민에 빠졌다. 떨치지 않는 고민이 계속될 때 박 대표는 큰 결단을 내린다. 그리곤 지금의 누림소프트를 2007년 창업했다. 하지만 기업의 세계가 어디 녹록하던가. 누림소프트가 첫돌을 맞았을 땐 매출이 4억 원에 불과했다. 그렇게 어려울 때 박 대표는 김 이사를 만났단다.

“김 이사는 통계 관련 프리랜서 일을 하고 있었어요. 사업에 대해 종종 이야기를 나눴죠. 그렇게 지내다 보니 ‘이 사람과 뭔가 맞는 게 있다’라고 느낌이 딱 왔어요. 고민하지 않고 제의했죠. 김 이사가 유능했던 탓에 다른 회사에서도 제의가 많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김 이사의 기억도 박 대표와 비슷했다. 박 대표와는 뭔가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느낌이었다고.

“제의가 왔을 때 고민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장고는 하지 않았어요. 워낙 잘 맞았거든요, 이틀 정도 생각을 하고 박 대표와 함께 일을 해보겠다고 했어요. 굉장히 잘한 선택인 것 같아요.”

◆물과 고기의 만남

이들의 만남은 수어지교(水魚之交)였다. 물고기가 물을 만나 사랑한다는 뜻이지만 둘의 만남은 물과 고기의 만남처럼 시너지를 가져왔다. 국가의 승인통계를 수집-관리-공표하는 국가통계통합DB와 국가통계포털(KOSIS) 외에도 국가의 통계조사 업무를 지원하는 나라통계시스템, 국정모니터링을 지원하기 위한 e-나라지표, 인구주택총조사 시스템, 통계분류 자동화 시스템 등을 개발·관리하는 데까지 성장했다. 특

히 김 이사는 국가통계통합DB 구축사업의 초창기부터 참여, 고난이도 기능을 구현했고 누림소프트의 기술력은 입증되기 시작했다. 통계청과의 인연은 국가통계통합DB 구축 이후로도 지금도 계속됐다. 김 이사의 능력과 이를 한 번에 알아본 박 대표의 합작품이다. 이후 공적개발원조(ODA)사업 형식으로 몽골, 스리랑카, 미얀마, 아제르바이잔, 라오스, 볼리비아 등 해외로 진출, 몽골, 라오스, 아제르바이잔에서 공로를 인정받아 표창장도 받았다. 이젠 굉장히 안정적으로 50억~60억 원대 정도의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우상향을 계속해서 그리는 중이다. 통계는 계속 확장하는 대용량 데이터를 다루는 기업인 만큼 데이터 관련 산업으로의 진출도 진지하게 고민하는 상황이다. 이러면 누림소프트의 매출 다변화도 꾀할 수 있다.

“양적 성장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질적 성장에 집중하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통계시스템은 물론 이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 산업 역시 커지는 중인데 누림소프트는 데이터 분야에서 활동하는 만큼 관련 기술은 이미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방안을 검토하는 단계죠.”

박상진 ㈜누림소프트 대표이사(왼쪽)와 김근용 이사. ㈜누림소프트 제공

◆사람이 늘 먼저

누림소프트는 다른 산업으로의 진출을 단순히 매출 이익으로만 연결하지 않는다. 누림소프트란 사명처럼 ‘사람’을 우선시하고 싶단 욕망이 더 크다. IT 기업의 기술력과 경쟁력은 사람에서부터 나온다는 게 사실상 사명이다. 그래서 통계데이터가 삶의 질을 높인다는 신념을 갖고 있으며 언젠가 먼 미래에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 산업이 팽창해 통계산업과 접점을 갖기 시작하면 그때 여러 산업과 통계산업 간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단 굉장히 사람적인 목표다. 그래서 누림소프트는 최근 큰 결정을 내렸다. 중소기업이라 하기엔 큰 사내 복지 정책을 꺼내 든 것이다. 잉여 성과이익에 대해 성과급을 나누고 장기근속자의 자녀 대학등록금을 지원하는 한편 장기근속포상을 제공하는 등 사내 복지제도를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마련해가는 중이다.

“사람이 먼저인 게 사실이잖아요. 그래서 누림소프트의 이익을 직원과 함께 나누자는 것에 모두가 합의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삶의 질을 더 낫게 할 수 있다는 사명감으로 더 나은 통계 IT 전문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이제 누림소프트의 꿈이죠.”

누림소프트의 최고 매출은 2021년 65억 원으로 매출에 다소 증감을 보이나 누림소프트는 굉장히 탄탄한 기업이다. 이들의 가진 강력한 무기가 인력이기 때문이다. 1만 시간의 법칙이란 말이 있는 것처럼 인력은 갈수록 전문화된다. 사람이 먼저란 누림소프트의 사세(社勢)는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더 주목해야 한다.

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