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준의 꿈꾸는다락방] 서로 다른 우리가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려면
인문학연구소 꿈꾸는다락방 대표
2023-07-27 금강일보
인생은 고난의 연속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알아가는 것, 관계를 맺고 친밀해지는 과정은 어쩌면 그 자체로 ‘고난’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삶이 계속되는 동안 끝나지 않을 ‘모험’이기도 하다. 모험은 힘들지만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힘이 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그의 세계에 빠져드는 것만큼 흥미로운 것이 또 있을까. 나와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인물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영화 '엘리멘탈'의 주인공은 물과 불이다. 물과 불, 섞일 수 없는 완전히 다른 존재가 만나 서로에게 점점 빠져들고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픽사만의 방식으로 풀어냈다.
픽사 최초 동양인 감독인 '엘리멘탈'의 감독 피터 손은 영화 시사회를 통해 엘리멘탈의 모티브에 대해 설명하며 “여러 문화들이 공존하는 미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한국계 미국인인 손 감독 자신의 개인적 경험이 녹아든 작품”이라고 말했다. 생김새도 다르고 언어도 서툴렀던 이민자 가족을 너그럽게 이해해주고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많았다. 어린 시절에 그런 차별을 겪으면서 어떻게 해야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지 고민했던 시간들이 작품 속에 담겨있다. 피터 손 감독이 겪은 어린 시절의 고난과 모험의 시간을 아름다운 꽃처럼 피워낸 작품이 바로 ‘엘리멘탈’이다. 영화의 배경인 엘리멘트 시티에는 불, 물, 공기, 흙 4개 원소가 살아간다. 4개 원소는 완전히 다른 성질이지만 이들은 한 도시에 모여 산다. 지하철에서 잠든 흙 원소의 머리 위로 물 원소 사람이 닿으면 잔디가 솟아나고, 꽃이 피기도 한다. 4가지 원소는 4개의 인종처럼 보인다. 주인공 엠버의 부모님은 고향을 떠나 엘리멘트 시티에 터를 잡고 살아간다. 그리고 딸 엠버를 낳고 가게를 키워나간다. 시간이 지나 엠버가 성장하고 아버지 버니는 자신의 가게를 엠버에게 물려주기를 원한다. 하지만 엠버는 자신과 다른 웨이드를 만나 유쾌하고 감성적인 그와 사랑에 빠지고 웨이드를 만나면서 자신의 꿈이 아버지의 가게를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재능과 꿈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불, 물, 공기, 흙은 각각 절대 섞일 수 없는 존재들이다. 하지만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함께 ‘엘리멘트 시티’에서 조화롭게 살아간다. 불들의 마을인 ‘파이어타운’을 벗어난 엠버 또한 낯선 환경에 부딪히며 새로운 꿈을 찾게 된다. 자신과 정반대의 성격과 기질을 가진 웨이드를 만나 다름을 인정며 웨이드와 앰버의 관계는 더 돈독해진다. 그리고 서로 다른 원소들이 모두 이어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서로가 서로를 끌어당겨 연결되고 연결은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단지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를 배척하기보다 타인을 인정하고, 그 사람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는 과정을 거치면 새로운 나를 발견하며 스스로가 성장할 수 있다고 영화 ‘엘리멘탈’은 말한다.
우리 사회는 지속해서 다양해질 테고, 타인을 이해하며 서로 다른 우리가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기 위해선 ‘공감’이 필요하다. 영화 ‘엘리멘탈’은 우리 마음에 공감을 일으킬 작은 불씨가 되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