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는 듯 끝이 나 버린
비 오는 날엔 이 노래
노래이야기
비오는 아침
106번 시내버스를
타고 가고 있습니다.
버스 라디오에선 마침
비 노래가 나옵니다.
#1. 버스에서 끄적인 낙서
강인원·권인하·김현식 비오는날 수채화, 이승훈 비오는 거리, 부활 비와 당신의 이야기, 조관우 빗물, 박혜경 레인(rain), 김현식 비처럼 음악처럼, 빗속의 연가, 여행스케치 옛 친구에게, 이문세 끝의 시작, 빗속에서, 다섯손가락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최용준 목요일은 비, 최재훈 비의 랩소디, 에픽하이/윤하 우산, 박중훈(방준석) 비와 당신, 바람꽃 비와 외로움, 신해철 다시 비가 내리네, 신승훈 그 후로 오랫동안, 햇빛촌 유리창엔 비, 이승철 서쪽하늘, 아이유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 더 클래식 여우야(女雨夜), 헤이즈 비도 오고 그래서, 윤하 비가 내리는 날에는, 폴킴 비 … .
비 오는 날 어울리는 노래 참 많죠. 비 테마 노래 참 많은데요, 비오는 날 어떤 노래 많이 듣나요? 어떤 노래가 가장 짙게 적시나요?
#2. 어느새 너는 그렇게 멈추었나
작은 시간에 세상을 많이도 적셨네
시작하는 듯 끝이 나 버린
소설 속에 너무도 많은 걸 적었네.
부활 불후의 앨범 3집 '기억상실'의 타이틀곡 '소나기'입니다. 김태원이 만들고 故김재기가 불렀습니다. 5번 트랙(side B 1번) '사랑할수록'이 워낙 인기를 얻는 바람에 잠시 묻혔지만, 그 후로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적시고 있는 노래입니다. 잘 알려졌다시피 음반 제작 도중 교통사고로 떠난 김재기의 유작 중 하나.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가 모티브, 하지만 보컬 김재기가 떠나자 그를 그리워 하는 내용으로 바뀌었죠. 노랫말처럼 시작하는 듯 끝이 나 버린, 하지만 작은 시간에 세상을 많이도 적셨습니다.
3집의 명곡으로 회자되는 '사랑할수록'과 '소나기'는 원래 김재기가 연습도 안 해보고 한 번 불러 녹음한 데모 테이프를 그대로 수록한 곡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정상적이라면 앨범에 실어서는 안 되는 곡이지만 두 번째 녹음의 기회도 없이 떠나간 상황인 데다 데모 테이프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완성도가 높았기 때문에 그대로 앨범에 수록된 것이라고 하죠. 다른 곡들도 모두 김재기를 추모하는 곡들로 채워졌는데요, 사이드A 4번트랙 연주곡 8.1.1은 8월 11일(1993년)을 뜻하며, 그날은 김재기가 세상을 떠난 날입니다.
비가 많이 오는 날엔 이 노래를 자주 읊조리지요. 그리고 같은 제목의 또 다른 노래 '소나기'를 함께 흥얼거리기도 합니다.
#3. 소녀는 윤초시네 증손녀였죠
소년이 소녀를 처음 본 것은 개울가였죠
어느 소년과 소녀의 만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1978년에 나온 김종률의 '소나기'입니다. 전남대 경영학과 학생이던 김종률 씨가 광주 전일가요제 2회 대회에 참가해 대상을 수상한 곡입니다. 1회 대회 대상곡은 '모모는 철부지~ 모모는 무지개'로 시작하는 김만준의 '모모'였죠. 김 씨는 다음 해인 1979년엔 MBC대학가요제에 나가서 '영랑과 강진'으로 은상을 받습니다.
소나기는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 내용을 내레이션 하듯 불러줍니다. 소년과 소녀의 아름답지만, 아픈 사랑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줍니다. 제가 이 노래를 처음 들은 건 초등학교 1~2학년 때였죠. 형과 누나들의 영향으로 여러 노래를 들었었는데요, 노래 내용은 잘 모른 채 좋아하며 들었던 것 같네요. 황순원 소설이란 것도 몰랐고, 이후 그 소나기가 그 소나기라는 것을 알게 됐죠.
이 노래를 만들고 부른 김종률 씨는 잘 아시다시피 '임을 위한 행진곡'을 작곡한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세종시문화재단 대표를 맡아 ‘국제적 문화예술도시 세종’을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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