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영의 눈물, 백승호의 속앓이

2023-10-05     금강일보

1. 김국영의 눈물
2018년 남자 100m 결선 8위 한 뒤 아쉬움의 눈물
항저우선 후배들과 계주 동메달 합작 기쁨의 눈물

 "저도 잘하고 싶어서 노력하는데…. 잘되지 않는 게 가장 힘듭니다."

김국영(32·광주광역시청)은 지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육상 남자 100m 결선에서 10초26으로, 8명 중 8위에 그친 뒤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5년 뒤 2023년 10월 3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주 경기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400m 계주 결선이 끝난 뒤에도 김국영은 눈시울을 붉혔다. 

2010년 광저우 대회부터 아시안게임 메달에 도전해온 김국영이 4번째 대회 마지막 경기에서 마침내 성공했다. 

한국 남자 단거리 계주팀은 이날 400m 계주 결선에서 이정태(27·안양시청), 김국영, 이재성(22·한국체대), 고승환(26·광주광역시청) 순으로 달려 38초74로 결승선을 통과하고 3위에 올랐다. 

이 종목에 한국이 메달을 딴 건, 1986년 서울 대회에서 3위를 한 이후 무려 37년 만이었다. 

지난 3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육상 400m 계주 결선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한국 고승환(왼쪽부터), 이재성, 김국영, 이정태가 시상대에 올라 메달을 입에 물어보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뒤 눈시울을 붉힌 김국영은 "마지막 아시안게임이어서 더 감정이 격해졌다. 드디어 내 첫 아시안게임 메달을 땄다"며 "한국 신기록도 세우고, 국내 대회에서 우승도 많이 해봤지만, 이 정도 규모의 대회에서 태극기를 휘날린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감격을 표했다. 

첫 메달로 향하는 길에는 암초가 많았다.

김국영은 5월 열린 대표선발전에서 예선과 준결선에는 출전했지만, 결선에는 나서지 못했다. 

결국,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인전 출전이 무산됐다. 

상심이 컸지만, 김국영은 "은퇴하기 전 아시안게임 메달 하나는 따야겠다"며 남자 400m 계주팀에 합류했다. 

본격적인 계주팀 훈련이 시작되면서 김국영은 '아시아 무대'를 두려워하는 후배들을 격려하며 '한국 신기록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김국영을 제외한 3명은 이번에 처음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2010년부터 4회 연속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고, 세계선수권 5회, 올림픽 1회 등 굵직한 국제 대회에 모두 나선 김국영은 '실패담'도 거리낌 없이 후배들에게 털어놓으며, 국제 무대에 대한 두려움을 빨리 떨쳐내도록 도왔다.

김국영의 항저우 여정은 시상대 위에서 끝났다. 

지난 3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400m 계주 결선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대한민국 김국영(왼쪽부터), 이정태, 고승환, 이재성이 태극기를 펼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동취재구역에서는 '김국영의 미니 아시안게임 은퇴식'이 벌어졌다. 

고승환은 "국영이 형은 경험이 누구보다 많은 스프린터다. 후배들이 배울 점도 많다"며 "이런 부분을 우리가 이어받아서 다시 자라나는 선수들에게 물려주고 싶다"고 했다. 

이재성은 "국영이 형과 함께 같은 스타디움에서 태극기를 흔드는 꿈을 꿨는데 현실이 되니 믿기지 않는다. 정말 좋다"고 밝혔다. 

이정태는 "모두가 느꼈겠지만, 국영이 형이 없었으면 메달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후배들에게 모든 노하우를 전수해줬다"며 "국영이 형이 은퇴하지 않고, 계속 같이 뛰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상기된 표정으로 후배들의 말을 듣던 김국영은 "16년째 국가대표로 뛰고 있다. 사실 나는 잘 뛰는 선수가 아닌 운이 좋은 선수다. 세계선수권, 올림픽 등을 경험하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며 "우리 트랙 단거리 후배들은 아직 기록이 나오지 않았을 뿐,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따고 더 큰 무대인 파이널리스트까지 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덕담했다. 

김국영은 2010년 6월 7일 전국육상선수권 예선에서 10초31를 찍어 고(故) 서말구 교수의 기록(10초34)을 31년 만에 넘어서고, 같은 날 열린 준결선에서 10초23으로 또 한 번 기록을 갈아치운 순간부터 한국 육상 단거리의 '고독한 간판'으로 살았다. 

한국 육상 남자 100m 상위 1∼7위(10초07∼10초16) 기록은 모두 김국영이 보유했다. 김국영은 2013년부터 올해까지 11년 연속 연도별 한국 육상 남자 100m 최고 기록을 세우며 '국내 최강' 자리를 지켰다. 

여전히 한국 육상 단거리 선수들의 꿈은 '김국영을 넘어서는 것'이다. 

하지만, 김국영의 목표는 국내 1위를 유지하는 게 아닌 '은퇴하기 전 100m 9초대 진입'이다.

김국영은 "내가 기준을 높여놓아야 후배들의 목표도 높아진다"고 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김국영은 후배들과 함께 400m 계주 한국 신기록을 세웠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남자 200m에서 4위를 하는 등 아시안게임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던 김국영에게 값진 메달 하나가 생겼다. 

한국 육상 후배들의 목표도 더 높아졌다. 

 

 

2. 백승호의 속앓이
"최선을 다한다고 뛰고 있는데... 
저도 아쉽고 선수들에게 미안하다"

"자꾸 실수라고 말씀하시는데, 제가 어떻게 해야할까 역으로 물어보고 싶어요."

우즈베키스탄을 꺾고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에 오른 남자 축구 대표팀 캡틴 백승호(26·전북)의 항변이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24세 이하(U-24) 축구 대표팀에 '와일드카드'로 합류해 주장을 맡아 팀의 중심을 잡고 있지만, 몇 차례 실수 장면이 부각되며 속앓이하고 있다.

4일 우즈베키스탄과의 대회 준결승전에선 한국이 1-0으로 앞서던 전반 24분 상대 선수를 걸어 넘어뜨려 페널티 아크 부근 위험한 위치에서 프리킥을 허용했는데, 키커 자수르베크 잘롤리디노프의 프리킥이 꽂히며 실점이 됐다. 공이 그의 몸을 맞고 굴절돼 더 안타까운 상황이 됐다.

4일 중국 항저우 황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4강전 대한민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 백승호가 우즈베키스탄 이브로킴칼릴 율도셰프에게 범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승호는 "최선을 다하다 보니 그런 상황이 나온다. 이번 (프리킥 허용 장면) 같은 경우도 열심히 한다고 하다가 파울이 됐고, 슈팅이 날아오는 걸 피할 수도 없었는데 맞고 들어갔다"며 "제가 말씀드릴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기 전부터 제가 혼자 뛰는 것처럼, 저만 잘하면 결승에 갈 수 있는 것처럼 기사가 많이 나왔는데 어떤 마음으로 올리시는지, 어떻게 해야 만족하실지 궁금하다"면서 "그냥 믿고 응원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고 강조했다.

"주변에서 계속 얘기하니 그런 걸 안 본다면 거짓말이고 신경이 안 쓰이지도 않는다"는 백승호는 "최선을 다한다고 뛰고 있는데, 그런 상황이 나오니까 저도 아쉽고 선수들에게도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그래도 백승호는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전반 38분 나온 정우영(슈투트가르트)의 결승 골 때 절묘한 헤더 패스로 발판을 놓는 등 2-1 승리에 기여했다.

결승골 장면에 대해 백승호는 "뛰다 보니 좋은 상황이 나왔고, 최대한 올려놓자고 생각했다"면서 "제가 잘했다기보다는 우영이와 (이)한범이가 끝까지 싸워준 덕분이다. 선수들이 잘해줘서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4일 중국 항저우 황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4강전 대한민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에서 2-1로 승리를 거둔 뒤 백승호가 포효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제 이번 대회 남은 경기는 7일 일본과의 결승전뿐이다. 백승호가 굴곡진 이번 대회 여정을 '해피 엔딩'으로 뒤바꿀 기회이기도 하다.

백승호는 "팀 분위기가 정말 좋다. 워낙 좋은 선수들이 많고 목표가 뚜렷해 뭉치고 있다"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더 단단해지는 것 같고, 결승전까지 재미있게 잘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결승에서 일본을 만날 수 있다고 대회 전부터 많이 들었고, 가능성도 생각하고 있었다"면서 "결승전이 한일전이 됐으면 좋겠다는 선수가 많았는데, 실제 성사돼 동기부여가 크다"고 전했다. 이어 백승호는 "누구와 맞붙어도 목표는 금메달이었다"면서 "그 목표 하나만 보고 회복과 준비를 잘해서 좋은 결과를 얻겠다"고 다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