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몸비’ 통제 시스템까지 등장
인터넷 차단하는 ‘스몸비 예방 횡단보도’ 설치비 부담 커 대전서 10대 운영 중 전문가 “시설 의존 시 또다른 사각지대 생겨”
‘스몸비’로 인한 보행자 교통사고가 나날이 심각해지자 ‘스몸비 예방 시스템’까지 등장했다. 관련 앱을 설치하고 해당 시스템이 운영되는 횡단보도에서 스마트폰 인터넷이 자동으로 차단되는 방식이다. 보행자의 주위를 환기할 수 있는데 일각에선 이 같은 시스템이 또 다른 사각지대를 유발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시스템에 의존한 채 오히려 더 스마트폰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스마트폰 사용자의 인식개선을 위한 방안이 중요하다.
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인 스몸비. 스마트폰에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주변을 살피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보행하는 모습이 마치 좀비처럼 보여 만들어졌다. 지난 2020년 한국교통안전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횡단보도를 건널 때 스마트기기를 사용하는 보행자는 15%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몸비는 보행 중 주시하는 전방 시야의 폭이 좁아 사고 위험이 상당히 크다. 더욱이 최근 앞을 보지 않는 것은 물론 주변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이어폰까지 낀 채 이동하는 경우까지 있다. 이에 최근에는 스몸비 예방 시스템까지 도입되기에 이르렀다. 스몸비 예방 시스템은 특정 앱을 설치한 후 해당 시스템이 운영 중인 횡단보도 일대를 이용할 시 자동으로 사용 중인 인터넷이 전면 중지되는 것이다.
대전에도 10대가 설치돼 시범운영 중이다. 스몸비 예방 시스템이 설치된 곳에서는 인터넷 차단은 물론, 보행자 신호 시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해달라’라는 음성안내도 함께 송출된다.
대전시 관계자는 “스몸비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야간 바닥신호등은 물론 음성안내를 통해 주의를 환기하고 있지만 이후에도 주변을 살피지 않고 보행하는 이들이 있어 지난 3~4년 전부터 스몸비 예방 시스템을 도입하기 시작했다”라며 “올해부터 자동으로 인터넷을 차단하는 기능을 탑재해 일부 구간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관내 모든 교차로에 해당 시스템을 탑재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해당 시스템이 탑재된 신호기를 설치하는 데 1000만~2000만 원 가량의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시스템에 의존해 또 다른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박상권 한국교통안전공단 수석위원은 “스마트폰 사용자가 스몸비 통제시스템 등에 의존하면 할수록 시스템 사각지대에서 위험상황도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기계나 시스템 등에 의존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결국 중요한 건 스마트폰 사용자가 무분별하게 스마트폰에만 몰입할 경우 주변상황이 얼마나 위험한지 스스로 인지하는 게 밑바탕이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kjh0110@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