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일보-대전시 공동기획:2023 대전 청년을 말하다] 23. 집이 주는 안정감… 정유진씨 이야기

2023-10-22     김현호 기자
▲ 정유진 씨 제공

의식주에서 근간이 되는 건 주(住)다.

집이 중심을 잡아야 모든 생활에 힘이 생긴다. 그러나 청년은 아직 집의 소중함을 모를 수 있다.

독립하기 전까진. 부모의 품이란 알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온 청년은 막막함을 느끼는 게 사실이다. 어렸을 적 우리는 모두 부모님과 함께 살았기 때문에 잘 몰랐지만 부모의 품에서 나와 독립하는 순간 집의 중요성을 알게 되는 것이다. 정유진(26·여) 씨도 집의 중요성을 직접 깨달은 청년이다.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사회 나온 햇병아리

정 씨의 고향은 충남 홍성이다. 군 단위 지역은 알다시피 인프라가 열악하고 인구가 적어 일자리는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충남도와 충남도교육청, 충남경찰청이 홍성과 충남 예산 경계로 이전하며 내포신도시가 조성되긴 했지만 공직자의 뜻을 두지 않는 한 청년은 성인이 되는 순간 대도시를 찾아떠나는 게 슬프지만 시류다. 정 씨 역시 마찬가지다. 고등학교 졸업 후 홍성에서 가장 가까운 광역시인 대전으로 올라(?)왔다. 당시 대학 진학에 뜻을 두지 않았기에 막무가내식 독립이었지만 어찌저찌 일자리를 찾는 데 성공한다.

그의 첫 직장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패밀리레스토랑. 남들은 힘들다고 한 달 만에 그만두는 아르바이트생 가운데서도 묵묵히, 그리고 열심히 일을 하는 친구였다. 부모님에게 ‘빌린’ 원룸 보증금과 월세를 감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를 눈여겨봤던 정직원이 그에게 정식 직원이 될 의향을 물었다고.

“고향에서 부모님에게 빌린 돈을 갖고 원룸을 계약했어요. 월세와 생활비는 제가 부담했고요. 공과금 같은 것도 제가 담당했죠. 그랬기에 정말 열심히 일했어요. 정오부터 밤 10시까지 일하고 보증금 300만 원인 보잘 것 없는 집이었지만 돌아오면 자기 바빴어요. 그러면서 정직원을 준비했는데 코로나19가 터져버리네요. 본사에서 정직원 채용은 백지화됐죠.”

◆전전하던 사회생활

코로나19가 가져온 팬데믹의 영향은 컸고 또 길었다. 모두가 서너 달이면 끝날 것이란 게 3년여 동안 이어졌으니. 정 씨 역시 감염병이 금세 끝날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일자리를 구하는 게 쉽지 않았다. 너무 힘들어 다시 고향을 찾은 적도 있고 대전에서 일하던 패밀리레스토랑에서 같이 일했던 지인을 따라 세종에서 일한 적도 있단다. 그러나 일하러 가는 곳마다 코로나19 영향을 크게 받아 오래 일하지는 못했다. 자연스럽게 그의 주거도 굉장히 불안했다. 보증금을 빼고 다른 지역에서 집을 알아보고 얼마 안 가 다시 보증금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이어진 것이다.

일자리를 찾아 다니는 건 정 씨만의 일이 아니었다. 전국적인 현상이었고 이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는 이가 하나둘 생겼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실직자가 대거 생기자 정부는 고용정책 일환으로 국비를 통해 여러 분야의 교육생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정 씨는 웹 관련 공부를 선택했고 관련 기업에 취업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또 코로나19다. 급여가 밀리는 일이 잦아지자 이직을 택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왔다. 이는 다시 보증금을 빼야 했단 이야기다.

“정말 충청권에서 일자리가 있는 곳은 다 다닌 것 같아요. 대전부터 세종, 고향 홍성 등까지. 자연스럽게 제 집도 계속해서 바뀌었죠. 퇴근하고 집에 오면 항상 불안감이 들기도 했어요. ‘보증금 빼 달란 얘기 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이 집에서 오래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쉬는 게 쉬는 게 아니었죠.”

◆주거 안정되자 풀린 인생

이직을 준비하기엔 보증금을 빼는 게 너무 싫었던 정 씨는 기왕 웹 관련 교육까지 받았으니 아예 대학교에서 공부를 해보자는 마음을 먹었다. 일자리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가 주거의 불안감을 느끼느니 조금 더 당시의 집에 살자는 결심이었다. 그렇게 25살이란 적잖은 나이에 늦깎이 대학교 신입생이 됐다. 열심히 공부하는 동안 그는 집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낼 수 있었지만 계약 만료는 피할 수 없었다. 다시 집을 구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왔는데 다행히 대전시의 ‘청년 주거안정화 월세 지원사업’의 소식을 동기 동생에게 접했다. 임차보증금 1억 원 이하 및 월세 60만 원 이하 주택에 대한 월세 최대 20만 원을 지원하는 정책이었는데 공부를 위해 조금 더 좋은 환경으로 가보자는 결심으로 신청했고 정 씨는 수혜자로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됐다. 기존 보증금 300만 원의 집에서 지금은 2000만 원의 더 넓은 집으로 바뀌었다. 주거환경이 좋아지니 그의 성적도 좋아졌단다.

“다행히 좋은 집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됐어요. 성적도 좋아졌고요. 돌이켜보면 정말 청년을 위한 정책이 정말 많아요. 요즘 친구들은 정말 똑똑해서 자신에게 좋은 정책이 있다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어요. 대신 너무 이기적으로 보일 수 있죠. 우리는 어른과 비교하면 정말 사회에서 나약한 존재인데 조금만 이해를 해줬으면 좋겠어요.”

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