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열린 공연장 표방하며
2016년 아내와 동구 주택가서 시작
초창기 아동극·가족극 중심으로 공연
어떤 장르도 소화 가능한 공연장으로
공간 확장 등 8년간 수많은 변화 시도
지역 문화행사 주관할 정도로 키워내
소극장 힘들다곤 하나 끊임없이 노력
마을공동체 매개체 삼아 공연 올리며
문화예술프로그램으로 더불어 공존
공연 티켓 판매 수익 창출 활성화 도모
개성있는 친숙한 문화향유 공간이면서
문화예술 품앗이 거점으로 이어가고파
대형 공연장에 비해 자리도 불편하고 무대도 작은 소극장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사정이 허락한다면 화려한 무대, 뛰어난 기술 등을 갖춘 대작을 보고 싶어할 것 같은데 말이다. 소극장을 찾는 이들은 하나같이 그곳에서 느끼는 매력이 다르다고 말한다. 배우와 가까이서 눈을 맞추며 함께 호흡하고 소박한 무대를 지켜보면서 보다 쉽게 마음으로 공감할 수 있는 공연은 소극장만이 가진 무기라고. 금강일보는 2024년 연중기획 ‘이제는 소극장이다’를 통해 지역 소극장의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다.
◆모두에게 열린 ‘다함’
소극장 공연은 화려하면서도 번쩍이는 특수효과도 없다. 그러나 단출하고 소박해서 진실한 공연을 하기에 딱 안성맞춤인 공연장이 소극장이다. 경제적인 면은 차치하더라도 소극장에서 공연을 보면 볼수록 감동이 다른 묘한 매력을 느낀다. 김영태 대표가 누구에게나 열린 공연장을 표방하며 작은극장 다함(多豃)을 힘차게 연 이유다.
“우리 다함은 초창기 아동극과 가족극을 중심으로 2016년 개관했습니다. 연극을 한 아내도 함께 하고 있어요. 특히 다함은 위치상 대전 중구 원도심과 거리가 조금 있는 동구 가오동 주택가에 있습니다. 이 동네의 문화거점이 됐으면 하는 생각 때문이죠.”
다함은 그의 말마따나 누구나 어떤 장르에도 구애받지 않고 공연을 올릴 수 있는 공간으로 탄생했다. 어디 그뿐일까. 단순히 공연 하나를 무대에 올리는 것을 넘어 이 무대는 사람과 사람을 잇는 매개체의 역할을 한단다. 그래서 김 대표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무대가 좋다. 다함과 그의 인연은 어쩌면 필연이었을지도 모른다.
“대학 때 처음 연극이라는 걸 접하게 됐습니다. 사실 그 시절엔 제가 잘난 맛에 연극을 했던 것 같아요. 관객들이 무대 위에 저를 보고 웃고 감동하는 게 즐거웠죠. 물론 돌이켜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스스로 부족한 부분이 많고 채울 것도 적잖은데 그 재미로 연극을 쭉 이어올 수 있었습니다. 부족한 건 채우면 되니까요.”
◆연극의 뿌리는 소극장으로부터
김 대표는 어엿한 소극장을 경영하는 오늘에 와서도 늘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부단히도 애쓴다. 대학 졸업 후 처음 극단에 들어서던 날 엉망인 발음과 아마추어 같았던 움직임에 날아든 쓴소리 덕분이었다. 그렇다고 마냥 주눅 들어 있던 건 아니다. 끊임없이 노력하며 연극 무대 위 관객과의 감정선, 생각이 비슷해지는 지점을 발견했을 때의 희열도 느껴봤으니 연극인의 삶에서 하나의 반전의 계기였음은 틀림없다. 그리고 이제 그는 소극장 경영인의 한 사람으로 또 다른 경험에 열중이다.
“다함을 8년 정도 운영하면서 그동안 공간도 확장하고 공연장을 넓히는 등 변화를 위해 많은 시도를 했습니다. 대다수 소극장이 주차 여건이 열악하거나 휴게 공간, 넓지 않은 포토존 등에서 고민을 하는데 우리는 이를 충분히 극복했다고 봐요. 공연만 하다가 공연기획부터 관객 발굴까지 해야 하니 만나는 분들도 많아졌죠. 여러 고민과 또 해결을 반복하면서 지금은 이 지역 문화행사 등을 주최하고 주관할 능력 정도는 되는 소극장이 될 수 있었습니다.”
연극의 생명력은 무시할 수 없다. 예술과 인간이 함께한 역사 속에서 연극이 가장 오래 살아남았으니 그럴 만도 하다. 어디 그뿐이랴. 사람과 사람이 마주하는 공간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 갈망은 여전하다. 그래서 김 대표는 소극장을 놓을 수 없다. 연극의 뿌리가 소극장에 있으며 기초공연예술의 주춧돌이야말로 소극장에서 비롯된다는 확신 때문이다.
“연극의 무대 공간인 소극장이 힘들다고 하는데 저조차도 이를 부인하긴 어려워요. 다만 소극장이 가진 시스템적인 부분, 재정적인 문제에 있어서 확실하진 않아도 작은 변화를 지속적으로 추구한다면 달라질 수 있다고 봅니다. 저희도 그런 고민을 계속하고 있죠. 공연의 홍보 방법과 루트, 관객들과의 접점은 어떻게 만들지를 학습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그 자체가 다함에겐 모험이기도 하지만 꾸준하게 도전하다 보면 개성 갖춘 소극장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지역민과 함께 숨쉬는 소극장
도시재생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도시재생은 경제적인 면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공동체와 그 속에 사는 구성원들의 삶의 질을 재생하는 것이 핵심이다. 연극과 소극장을 통해 그가 하고자 하는 일도 결국엔 도시재생이다. 지역민과 끈끈한 마을공동체를 매개 삼아 함께 공연을 만들고, 행사를 열고, 더불어 공존하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이어나가는 일이 그렇다. 그 거점 공간이 바로 다함이다.
“공연을 했을 때 티켓 판매 수익으로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기본적인 우리 기획 공연과 서울 대학로나 타 기획사·제작사와 연계해 진행하는 초청공연 등 장기공연프로젝트를 가동해서 쉬지 않는 공연장을 만드는 거죠. 물론 장기공연이 답은 아닙니다. 여기서 나아가 다함의 궁극적인 지향점인 지역과 하나의 공동체를 이뤄 문화예술을 품앗이하는 거점으로 발전해 나가야죠. 그러기 위해 더 열심히 뛰겠습니다.”
소극장 공연은 무대예술이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방향의 하나다. 문화가 있는 삶을 누리게 해야 한다는데 지역마다 개성있는 소극장을 활성화해 대중에게 가장 친숙한 문화향유 공간으로 살려야 하는 연유가 여기에 있다. 안락한 좌석과 화려한 무대장치는 없지만 무대에 올릴 공연만큼은 알찬 소극장에서 문화가 있는 삶을 누리시라.
“다함에서도 ‘은어송 설화’, ‘대전형무소 이야기’ 등 지역의 이야기를 소재로 작품을 생산하려는 고민을 끊임없이 하고 있습니다. 소극장 공연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해요. 관람이 아니더라도 지역을 소재로 하는 콘텐츠라면 기관이나 타 단체들의 제작 참여의 문도 늘 열어놓고 있겠습니다. 다함으로 한 번 놀러오세요.”
글·사진=이준섭 기자 ljs@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