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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비원 갑질방지법 시행 2년 무엇이 달라졌나

2024. 05. 07 by 금강일보

2020년 서울 강북의 한 아파트 경비원 최희석 씨가 입주민의 폭행과 폭언을 견디지 못해 자살한 이후 2년만에 ‘경비원 갑질방지법(공동주택관리법)'이 만들어졌다. 300가구 이상 공동주택에서 입주자와 관리 주체가 경비원을 상대로 업무 외의 부당한 지시 등을 금지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갑질방지법이 시행된 지 2년이 흘러가지만 아파트 경비원들의 고된 노동과 주민들의 민원은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금강일보 기자가 ‘을 중의 을’인 아파트 경비근로자 일상을 동행 취재해 보니 그 고충을 이해할 만했다고 한다.

주차장 단지 청소에 주민들이 내다 놓은 폐기물 정리까지 눈코 뜰 새가 없었다고 한다. 하루에 5~6시간은 주변 청소에 시달리는 등 업무가 많아 1일 평균 걸음 수가 2만 5000보에 달할 정도다. 그러다 보니 운동화가 1년도 안 돼 낡아 떨어지기 일쑤라고 한다. 법으로 휴게 공간을 만들도록 규정해 휴게실이 있다고 하지만 제대로 쉴 여유가 없었다.

고된 일도 일이지만 참지 못할 것은 모욕과 멸시, 천대는 물론이고 폭언 등이다. 직장갑질119가 공개한 ‘경비노동자 갑질 보고서’에 따르면 천태만상이다. 아이들에게 “공부를 못하면 저렇게 돼”라고 공개적으로 모욕을 준다거나, “키도 작고 못생긴 사람을 왜 채용했냐”고 따지는 입주민도 있었다.

이런 것들을 막기 위해 ‘경비원 갑질방지법’이 만들어졌지만 현장에선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경비원이 3개월 등 초단기로 간접 고용되는 등 불안한 근로환경 탓에 문제 제기가 어렵다. 근로기준법상 같은 회사 소속이어야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되는데 관리소장과 경비원의 소속이 다른 경우가 많은 것도 맹점이다.

때문에 갑질방지법이 시행된다고 해도 고용 불안에 떨며 갑질에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노출을 꺼리는 상황이다. 게다가 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300가구 이하 아파트는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아파트 경비원들의 대부분은 60세 이상 고령층이다. 70세 이상도 30%에 육박한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직장 퇴직 후 제2의 인생으로 경비원을 자처하고 있지만 고된 근로여건과 갑질 민원 등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다.

현행 경비원 갑질방지법이 크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이를 수정해 구조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초단기로 간접 고용되는 현행 고용체계를 바꾸고 갑질행사시 처벌을 강화하는 등 경비근로자 처우 개선에 더 노력해야 한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입주민 등 주변 사람들의 인식 개선이다. 경비근로자가 아파트 뒤처리를 담당하는 천한 직업이 아니라 우리 생활을 도와주는 동행자로 대우해주려는 자세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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