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건강한 가정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되새김하는 연례행사들이 줄지어 있다. 부모 된 도리, 자식 된 도리를 하면서 천륜의 끈을 동여매는 인지상정이 그러나 누구에게나 허락된 건 아니다. 가정이라는 평범한 울타리가 없는 5월은 잔인하다. 자립준비청년들도 그중 하나다. 보호자가 없거나 보호자가 양육을 중단해 ‘시설 살이’를 전전하다 이제 막 맨살로 홀로서기에 나선 이들을 우리는 자립준비청년이라고 부른다.
양육시설, 그룹홈, 위탁가정 등에서 성장하던 소년과 소녀는 만 18세가 되면 자립해야 한다. 국가는 이들에게 1000만∼2000만 원의 정착 지원금과 5년간 매월 50만 원의 자립 수당을 지원한다. 이전과 비교하면 개선된 수준이고 관리적 측면에서도 지원이 있기는 하지만 비빌 언덕이 되기엔 아쉬움이 많다. 말이 자립이지 거울삼을 어른이 없거나 부족해 사회화가 덜 된 상태에서 쫓기듯 홀로서기를 한다는 것은 겪어야 할 시행착오가 부지기수라는 의미다.
자립준비청년은 생각보다 많다. 대전만 해도 지난해 12월 기준 542명이 사회인의 길을 걷고 있다. 개인마다 적응력은 다를지라도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인데 이들을 돕는 전담 요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대전에선 현재 7명의 자립지원전담요원들이 542명을 관리한다. 산술적으로 요원 1명이 청년 80명을 돌보는 셈인데 챙긴다고 챙겨도 감당키 어렵다. 자립 준비 기간 5년이 경과한 청년은 기댈 곳이 없다시피 하다.
물론 일반 가정에서 자란 청년들이 모두 행복한 것은 아닌 것처럼 자립준비청년들이라고 모두 불행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심리적 트라우마와 허기에서 오는 우울감과 불안감의 질은 다르다. 지난해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8세 이상 자립준비청년 50%가 ‘극단적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래 청년들은 ‘최근 1년간 심각하게 극단적 생각을 해 본 경험’에 대해 97.6%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니 부모 슬하의 온기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에게 닥치는 불행을 사회는 곪아 터지고 나서야 인지하곤 한다. 알량한 목돈을 노린 사기꾼의 먹잇감이 되는가 하면 잘 버티는가 싶다가도 극단적인 선택으로 쓸쓸히 생을 마감하는 경우도 적잖다. 이를 개인사로 치부하면 안 된다. 마땅히 사회가 보호하고 건강하게 홀로 설 수 있도록 버팀목이 돼 줘야 한다.
우선 전담 요원을 대폭 증원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현재 180명인 전담 요원을 올해 230명까지 늘리겠다고는 했으나 이로도 미흡하다. 증원을 통해 청년별 맞춤형 교육·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어야 속을 들여다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준비 기간 5년 그 후에 대한 대책도 강구해 주길 바란다. 의지가지없는 20대 초반은 상처투성이 ‘어른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