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기 종목 설움 딛고 은메달
재창단 우여곡절, 값진 결실로
포기 순간마다 동료애로 뭉쳐
골볼은 감각장애 스포츠의 꽃으로 불린다. 맹인들에게 골볼은 소리만 듣고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동료의 숨소리, 발소리만 듣고도 심리 상태를 알 수 있어야 가능한 스포츠다. 어렵디 어려운 이 스포츠의 세계에서 대전의 젊은 청년들이 정지완 교사의 지도로 처음 나간 대회에서 값진 메달을 수확했다. 대전맹학교(교장 문성준) 이승준·김대엽·한종민·이정훈 군이 주인공이다.
[인터뷰] 정지완 교사, 이승준·김대엽·한종민·이정훈 군
시작은 명맥 잇기였다. 맹학교에도 골볼 선수단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골볼 선수단의 인기는 떨어졌다. 그러다 올 3월 사실상의 재창단 수준으로 골볼 팀이 부활의 날갯짓을 했다. 학생들의 화합과 소통에 이만한 스포츠가 없다는 게 당시 정 교사의 생각이었는데 무엇보다 누구보다 뛰어난 청각은 이들에게 큰 자신감으로 다가왔다.
“골볼은 일반인들에게 생소하지만 1980년 네덜란드 아른험 패럴림픽 대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시각장애인 스포츠입니다. 축구와 비슷하지만 손을 사용하고 승부차기를 계속하는 게임이라 생각하면 쉬워요. 선수들이 3대3으로 수비와 공격을 하면서 골을 많이 넣으면 우승하는 게임이죠. 선수들 모두 안대를 끼고 농구공만한 크기의 소리가 나는 공을 이용합니다. 작은 소리라 귀를 쫑긋 세워야 하는데 관중들도 경기를 할 때만큼은 조용히 하는 게 매너예요.”
침묵 속에 진행되는 경기건만 소리 없는 아우성이라는 표현이 마침맞을 정도로 경기는 거칠고 예측할 수 없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을 온몸을 사용해 골이 들어가는 걸 막아야 해서다. 선수들 간 소통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자책골이라는 치명적인 실수를 하기도 한다.
“보이지 않는 공이 어디서 날아올지 몰라 무섭기도 하지만 익숙해지면 나중엔 아픈 것보다 막아서 기분이 좋을 정도죠. 연습하면서 신호가 안 맞아 같은 편 골대에 공을 넣기도 해보고, 신호가 맞지 않아 공이 엉뚱한 곳이 날아가기도 하는 일들을 겪으면서 화합과 소통 그리고 서로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어요. 팀원들과 우리끼리만 알아들을 수 있는 암호를 정하기도 하는데 서로의 마음을 읽기 위해 노력한 거죠.”
큰 기대없이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이들은 준결승까지 맹렬한 기세로 올라갔다. 준결승전에서는 서울맹학교와 맞붙었는데 상대 팀엔 국가대표 선수가 있을 정도로 기세가 무서웠단다. 전반에 한 골도 넣지 못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이들은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서로를 다독이길 멈추지 않았다. 경기는 11대 5로 끝났다. 비록 6점 차 패배였지만 은메달은 값진 결과다. 한 단계 더 성장하는 원동력이 될 만한 결실이니 곁에서 이들을 물심양면 뒷받침한 정 교사의 보람도 크다.
“개인주의 경향이 심화하고 상호작용이 약해진 요즘 학생들이 대회를 경험하며 얻은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골볼을 취미로든 선수로든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어요. 골볼은 사실 비장애인도 함께할 수 있는 스포츠인데 우리 학생들이 함께 어울리며 넓은 시야를 가진 어른으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글·사진=김고운 기자 kgw@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