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가 도시를 달릴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은 무엇일까. ‘자알못(자전거를 알지 못하는)’인 필자가 대전 공영자전거 타슈에 발을 올린 것은 이 같은 궁금증 때문이었다. 요즘처럼 청량한 하늘빛이 감돌고 가로수 녹음이 짙어지는 계절만큼 자전거가 반가울 때는 없지 않은가. 필자는 원도심과 신도심, 자전거전용도로와 자전거보행자겸용도로를 달리며 극과 극 비교체험을 해봤다. 결과는 암담했다.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는 불법 주정차 차량에 막히고 보행자와 뒤엉켜 페달을 밟지도 못하고 끌고 가길 반복해야 했다. 3대 하천 자전거도로는 ‘아우토반’ 수준이었지만 도심의 자전거 주행 환경은 높은 점수를 줄 수 없었다. 대전이 일류자전거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변화와 혁신이 필요해 보였다.
하천 전국최고 수준 자전거길
유성‧도안 등 자전거전용도로
안전하고 편안한 최고의 모델
일부 전용로엔 불법 주정차도
#1. 도심의 자전거전용도로
유성온천역~흥도초
타슈2는 접근성이 높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많은 이들의 발길이 닿는 도시철도역이나 버스정류장 인근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으니 말이다. 초록빛이 유난히 빛나던 어느 날. 오전 10시 30분 유성온천역 3번 출구에도 주황색·초록색 타슈 4대가 주차돼 있었다. 곧바로 두 번째 장점을 꼽자면 전용 앱을 통해 누구나 대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필자가 좀 더 상태가 좋아보이는(?) 타슈를 고르기 위해 고민하고 있을 때 누군가 불과 30초도 안 되는 사이 대여한 후 스테이션을 벗어났다. 지체하다간 나머지도 놓칠까싶어 재빠르게 초록색 타슈를 대여했다.
맑은 하늘과 우거진 초록잎을 모자삼아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자전거전용도로를 달린다. 유성네거리(유성온천역)에는 충대정문오거리부터 자전거전용도로가 이어져있다. 인도 위의 자전거도로가 아니다. 도로다이어트를 통해 차도 가장자리를 할애해 만든 자전거전용도로다. 차도와 보행자도로가 분리시설로 나뉜 전용도로 그 자체. 이 전용도로는 도안신도시로 쭉 이어진다. 사실 ‘자알못’인 필자의 시각에서는 달리는 자동차 옆에서 자전거를 타는 게 적응되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차량이 달려들 것 같은 불안감과 긴장감이 엄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우에 불과하다는 걸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오로지 자전거만 달릴 수 있었기에 금세 안정감이 들었고 마음껏 속도를 조절하며 상당히 편리하게 달릴 수 있었다. 특히 자전거전용도로 표면은 일반 차도와 같아 매끄럽게 바퀴가 굴렀다. 길게 뻗은 자전거전용도로는 횡단보도로도 곧게 연결돼 있어 보행자길을 침범할 일도 없었다. 보행자와 엉킬 일도 없고 자동차들의 위협도 없다. 한마디로, 자전거도 사람도 편안했다.
#2. 자전거전용도로 있지만 ...
목원대네거리~갑천 자전거도로
안타깝게도 자전거전용도로의 편안함은 찰나였다. 불법 주정차 차량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점심시간과 겹쳐 인근 상가에 있는 음식점과 카페로 향하고자 잠시 정차한 차량들이었다. 차량 대비 얇은 자전거의 폭만큼 자전거전용도로의 폭도 두 팔 간격 정도에 불과했는데 주정차 차량이 전면을 막아 다시 긴장감과 불편함이 엄습했다. 얄미운 불법 주정차 차량에 오기가 생겨 타슈에서 내리지 않고 중심을 잡으며 나아갔지만 계속 비틀거리는 데다 혹여 차량을 긁어 더 큰 참사를 유발할까 싶어 이내 안장에서 내렸다. 주정차된 차를 피해 자전거를 끌고 가면서도 뒤에서 달려오는 차들의 눈치를 살펴야했다.
거듭 이어지는 차량으로 인해 빠르게 이동해 갑천 자전거도로로 내려섰다. 도솔대교를 건너 바로 이어지는 자전거도로는 편안함 그 자체였다. 평일 오후 한적한 갑천길은 유유히 흐르는 갑천을 감상할 여유를 선사했다. 초여름 향긋한 꽃향기와 풀내음이 진하다. 바퀴도 신바람 나고 저절로 노래가 나왔다. 뉴진스 노래 흥얼거리며 갑천 자전거도로를 달린다. 이곳 역시 보행자산책로와 구분돼 있어서 보행자와 엉킬 염려 없이 편하게 달린다. ‘자알못’ 초보에겐 더욱 그랬다. 만년교 아래에서 잠시 물을 마시며 땀을 닦았다. 타슈도 많이 보였고 로드자전거를 탄 ‘선수급’ 라이딩족도 눈에 띄었다.
생활자전거 환경이 안전하고 편해야 ‘일류’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 ‘한계’
보행자와 엉켜 불편하고 위험
중앙로에선 주행 엄두도 못내
레저용‧운동용 여건도 좋지만
생활자전거 인프라구축이 ‘갑’
이쯤에서 타슈의 세 번째 장점을 뽑는다면 하루종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볍고 간편한 공공자전거를 하루종일 무료로 탄다는 게 가능할까라는 의문은 곳곳에 설치된 스테이션만 봐도 깊게 공감된다. 특히 전용앱과 빠르게 연동돼 스테이션별 몇 대의 타슈가 주차돼 있는지도 파악 가능하다. 갑천을 달리다 보니 타슈 대여 1시간이 다가온다. 갑천역 인근 스테이션에서 반납한 후 다시 대여했다.
#3. 자동차 그리고 보행자
대덕대로와 중앙로
카이스트교로 올라와 갑천을 벗어났다. 지금부터는 자전거보행자겸용도로다. 내내 보이지 않던 보행자가 바로 앞에 나타나자 속도를 줄여야했다. (갑자기 날아드는, 날아가지도 않는 비둘기도 신경 쓰였다.) ‘따릉따릉-’ 자전거보행자겸용도로에서 필자의 검지는 연신 벨을 울려야 했다. 자전거전용도로에서는 거의 필요 없었던 벨이 이곳에서는 없어선 안 될 존재였다. 인도 위에 만들어진 자전거도로를 달리다 보면 자전거도로를 걷는 보행자와 계속 엉킨다.
최대한 벨을 울리지 않고 지나가려 했다. 보행자가 많은 곳에선 어쩔 수 없었다. 자전거 초보의 존재를 알려야 했다. 일부 보행자는 벨소리를 듣고도 길을 내주지 않았고 일부는 놀란 듯 보행자길로 걸음을 옮겼다. 필자는 분명 하얀색 자전거가 그려진 자주색의 자전거도로를 달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다고 자동차가 달리는 도로로 내려가서 달리긴 무섭다. 전용도로 구분이 안 된 아스팔트를 달리는 것은 상상도 못한다. 자전거전용도로를 벗어난 것을 실감했다. 이곳은 10여 년 전에 도로다이어트를 통해 자전거전용도로(계룡로 네거리∼대덕대교 4.8㎞)가 설치됐다가 1년 4개월여 만에 철거된 곳이기도 하다. 안전성 문제와 그로 인한 낮은 이용률 그리고 차량 운전자들의 불편함 등이 이유였다.
원도심 중앙로로 왔다. “탈 수가 없을 거예요.” 타슈를 대여하긴 했지만 엄두가 안 났다. 도로를 달릴 순 없고 자전거보행자겸용도로를 이용해야 했다. 예상대로였다. 비좁은 자전거보행자겸용도로는 보행자가 모두 가로막고 있어 있으나마나였다. 그럼에도 생각보다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은 많았는데 대부분 내려서 끌고 가거나 움직이는 것도 아니게 이동하고 있었다. ‘자알못’ 자전거초보가 자전거를 탈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중앙로에서 자전거를 편하게 탈 수 있는 날은 올까.
일류자전거도시 대전을 위한 ‘자알못’의 자전거 체험은 계속된다.
글=김지현 기자 kjh0110@ggilbo.com
사진=김동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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